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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북·미 대화 불발.. 현실로 다가온 ‘평창 이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1 16:57

수정 2018.02.21 16:57

북핵 포기 의지 없다는 뜻.. 한·미 공조에 빈틈 없어야
평창 동계올림픽 중 미국과 북한 간 회담이 성사 일보 직전에 불발됐다고 한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확인된 사실이다. 비밀리에 회담을 먼저 제안한 북측이 2시간 전 이를 취소했다니 아쉽다.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기회가 무산되어서다. 정부는 이를 더 짙은 안보 먹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평창 이후'를 내다보라는 경보음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간 회동이 물거품 된 속내를 현재로선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다"고 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올림픽 개막 직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가리켜 "(북핵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며 대화 신호를 보냈었다. 북한이 이를 마다했으니 김정은 정권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이 간접 확인된 셈이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앞서 북.미 대화를 중재하려 했던 우리 정부가 외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처럼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 된 형국이다. 정부가 일시적인 '평화 올림픽' 분위기에 취해 비핵화라는 최우선 현안을 방치해서 안 될 이유다. 문재인정부는 올림픽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 프로젝트 재가동 등을 통해 남북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모양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야만 미국과 협상에 나서려는 참이다. 남북회담이 열리더라도 한반도 안보 현안을 다루는 운전자 역할엔 한계가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남북교류 카드로 북핵 폐기를 이끌 수 있으리란 환상을 품어선 곤란하다. 북.미 간 중재 노력 못잖게 중요한 건 한.미 공조다. 평창 패럴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 재개는 당연하다. 하지만 혹여 북핵 해결을 둘러싼 방법론적 이견이 미국의 대한 통상압박으로 번지고 있다면 큰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은 안보 동맹으로 여기지만, 한국은 안보 수혜자로만 '오해'한 결과라면 걱정스럽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에서 군사적 트랙으로 발을 옮겨 디디는 게 달가울 순 없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빈틈없는 대북제재 공조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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