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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낚시세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1 16:57

수정 2018.02.21 16:57

손꼽아 기다려온 주말. 밤새 뒤척이다 새벽 무렵 낚싯대 챙겨들고 집을 나온다. 월척 꿈을 안고 설렘 속에 바다로 간다. 도시 일상을 뒤로하고 낚싯배에 몸을 실으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짜릿한 손맛과 싱싱한 회맛을 그리며 낚싯대를 드리우면 그날 하루는 천국이다. 낚시에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이 있다.

요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국 낚시 동호인들의 출입이 빈번하다.
낚시에 부담금을 물리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청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1일 현재 1만1000여명이 참여했다. 발단은 해양수산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비롯됐다. 낚시에 부담금을 물리고, 포획량을 제한하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낚시에 사실상 세금을 물리겠다는 뜻이다.

낚시세는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낚시면허제 등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남.제주 등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특정 장소에서 낚시할 때 돈을 받고 있다. 낚시터 주변 시설 정비와 청소, 낚시인들의 안전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한다는 명목이다. 해수부는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을 개정해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어자원.어민 보호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민들의 민원도 상당하다. 수협중앙회 산하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바다낚시 어획량은 연간 11만6000t으로 전체 연근해 어획량의 12.5%나 된다고 한다.

낚시에 부담금을 물리려는 시도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산청(현 해수부)은 1974년 내수면어업법을 만들 때 낚시면허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추진하지는 못했다. 정부가 국민 취미생활에까지 세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관념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추진됐지만 그때마다 강태공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수질환경과 물고기자원 보호, 안전관리 등의 차원에서 낚시부담금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돈 없는 서민들은 낚시도 하지 말란 말이냐는 낚시인들의 항변 또한 외면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이번에도 한발 물러섰다. 다음 달 법개정에 부담금 부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강태공의 낭만에 세금을 물리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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