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한국·스위스 등 10개국 가계부채 위험 경고등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7:36

수정 2018.02.20 21:14

모두 금융위기 비켜간 나라
금리인하, 주택시장 호황에 사람들 빚 내서 내 집 구매.. 가계부채 눈덩이처럼 커져
한국·스위스 등 10개국 가계부채 위험 경고등

스위스,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한국 등 10개국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다가서고 있어 전문가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영국,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대부분 지역 가계부채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고비로 크게 줄어 세계경제 전체에 가계부채 먹구름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있어 잠재적인 위협요인으로 파악됐다.

이들 국가 가계부채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때문에 스위스,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등 4개국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준으로 미국 주택거품 당시보다도 더 높다.

또 이들 4개국에 뉴질랜드, 한국, 스웨덴, 태국, 홍콩, 핀란드 등 6개국을 더한 10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위험수위로 정한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65% 기준선을 넘어서고 있다.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로 GDP 대비 127.5%에 이른다.


부채 증가 속도 역시 빨라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는 지난 3년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5~10%포인트 증가했고, 노르웨이와 한국은 이보다 더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들 경제는 대체로 공통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 부유하고, 금융시스템이 잘 발달된 나라들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태풍을 비켜간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주택시장이 붕괴되지 않았고, 재정적자 위기도 겪지 않았다.

2009년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경기침체를 겪을 때 호주, 뉴질랜드, 한국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WSJ은 이들은 미국이나 일본, 유로존과 비교했을 때 마치 안정성의 전초기지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안전성 전초기지 역할이 지금은 되레 화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비켜간 이들 나라로 자본이 몰렸고, 세계 금리인하 흐름에 맞춰 이들 국가 역시 금리를 낮추면서 주택시장 붐을 불러 현재 위기의 바탕이 됐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등의 집값 상승세는 3배를 웃돌아 2000~2006년 미 주택시장 호황기 집값 상승률 2배를 앞지르고 있다.

사람들이 집값 상승세 여파로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사들이면서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IMF에 따르면 지난 3년간 GDP 성장률은 1.25% 높아진 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5%포인트 상승했다.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부채 증가율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를 불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은행 줄도산과 금융위기 위험을 높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기예르모 톨로사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신용이 너무 빨리 증가하면 끝이 좋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다만 스위스 국민소득이 미국의 4배에 이를 정도로 이들 대부분이 부유한 나라로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충분히 된다는 점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감독 당국의 규제가 강화돼 실제 위기로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위안이다.

한편 WSJ은 이들 국가 경제규모나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위기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1997년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외환위기가 예상과 달리 전세계 경제를 뒤엎었던 것처럼 돌발 변수는 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태국 외환위기는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전체에서 발을 빼도록 만들어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도록 하는 등 전세계적인 충격으로 확산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