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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안전성 평가 비중 2배 이상 높이고 주민이 좌지우지하는 민간업체 심사 배제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7:31

수정 2018.02.20 17:31

정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추진 의도 맞게 주거환경보다 안전에 집중
이르면 3월말부터 시행.. 서울지역만 10만 가구 해당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 2배 이상 높이고 주민이 좌지우지하는 민간업체 심사 배제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꺼내 든 것은 현재의 안전진단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민간업체가 안전진단을 실시하기 때문에 주민들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조건부 재건축'은 사실상 재건축 판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안전한데도 재건축이 상당수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다.

■안전진단, 사실상 '프리패스'…공공기관이 재검증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안전진단 결과 55점을 넘으면 유지보수, 30~55점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는 재건축 판정이 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단지가 조건부 재건축(D등급) 이하의 판정을 받아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있다. 조건부 재건축은 지자체장이 시기 조절을 해야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재건축(E등급) 판정과 동일하게 운영돼 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샘플조사 결과 전체 안전진단의 96% 정도가 조건부 재건축을 받고 있고, 유지보수는 2%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사실상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주민들 요구를 안전진단 업체가 받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조건부 재건축의 경우 한국시설안전공단.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성을 가진 공공기관의 객관적 재검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안전진단 매뉴얼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현장조사를 적정하게 했는지 등을 검증하게 된다"면서 "전체적 검토방식은 국토부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재검증 소요기간을 한달 정도로 예상했다.

현재의 안전진단 제도가 안전성보다 주거 편리성이나 쾌적성에 더 치우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한 이유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 노후도 등 4가지다. 건물 자체의 안전성을 보는 구조안전성 항목은 참여정부 당시 가중치가 50%였지만 2014년 9.1대책이 나오며 20%로 축소됐다. 그 대신 참여정부 당시 10%였던 주거환경 항목 가중치는 9.1대책에서 주거환경 중심 평가가 도입되며 40%로 높아졌다.

국토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이 지속적으로 완화되며 재건축 필요성 검증이라는 제도 본래 목적 및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화 방안에서는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50%로 확대하고 주거환경은 15%로 대폭 줄였다.

■'재건축 연한 도래+안전진단 미실시' 서울만 10만가구

한편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은 이르면 3월 말 시행된다. 3월 말 이전에 안전진단을 의뢰하지 않으면 구조안전성 평가비중 확대, 조건부 재건축 판정 적정성 검토 등이 적용된다.

현재 서울지역에서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가구는 총 10만3822가구에 달한다.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가장 많고 노원구가 8761가구, 강동구 8458가구, 송파구 8263가구 순이다.

다만 기존에 안전진단을 준비하지 않은 단지들이 한달 안에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
안전진단 신청을 하려면 주민의 10%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단지들은 시간을 맞추기가 빠듯하다.

재건축 규제의 또 다른 관심사안인 연한 확대는 검토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진단과 별개로 재건축 연한과 관련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건축사업이 당초 목적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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