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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태] 美 통상압박에 흔들리는 한국..올해 3%대 성장 '빨간불'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7:03

수정 2018.02.20 17:13

車.반도체까지 포함되면 수출 중심 경제에 직격탄
GM사태도 변수로 떠올라.. 한.미 FTA에 부정적 영향
[한국GM 사태] 美 통상압박에 흔들리는 한국..올해 3%대 성장 '빨간불'

"수출이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호조세가 연중 지속될지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 상무부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최대 53%의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20일 열린 '주요업종 수출 점검회의'에 참석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같은 날 "한국이 좀 어려운 상황에 몰려가고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의 기저에는 조선.철강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만 의존하는 위태로운 수출호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수출이 주도하며 3%대 '깜짝성장'을 달성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통상공세와 한국GM 사태 등 대내외 불확실성 파고가 우리 경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탓이다.
또 원.달러 환율 하락 등도 수출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우리나라를 겨냥해 통상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산 반도체·자동차 등까지 전방위 규제를 펼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수출부진이 예상되면서 2년 연속 3%대 성장률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세진 美 통상압박, 수출감소 부채질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1% 가운데 수출 기여도는 2.0%포인트에 달했다. 실질 GDP에서 수출에 의한 실질부가가치액을 나눈 수출의 경제성장기여율도 64.5%를 나타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치다. 내수가 좀처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출이 홀로 우리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출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4.4분기 수출 증가율은 8.1%로 직전 3.4분기(21.5%)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 역시 지난해 4.4분기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2.3%포인트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3.4분기(-0.4%포인트),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4.4분기(-1.4%포인트)보다도 낮았다.

더 큰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거세고 빠르다는 점이다. 정부도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은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우리나라 등 12개국 철강 수출품에 대해 최대 53%의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낼 태세다.

안으로는 군산공장을 폐쇄한 채 한국시장 철수까지 내세운 한국GM 사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측이 한국시장이 미국 자동차업계에 폐쇄적이라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백 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 문제는 한.미 FTA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2년 연속 3%대 성장 '빨간불'

상황이 이렇다보니 2년 연속 3%대 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3.0% 성장률 달성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줄곧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리 경제 하방리스크로 꼽았던 한국은행도 미국의 통상 공세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보유한 규제 옵션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지난 1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3.0%로 상향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 상무부가 권고하고 있는 단계에서 아직 (성장률 추정치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긴 어렵다"면서도 "미국이 구체적 규제조치를 시행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매출이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내수가 늘어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건설투자 둔화와 수출 감소까지 겹치게 되면 3%대 성장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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