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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통상무법시대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6:50

수정 2018.02.20 16:50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무역은 곧 황야의 무법자 시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우려를 표하면서 한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를 무시하고 무역보복을 강행한다면 상대국도 미국을 뒤따르게 돼 세계 무역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불행하게도 그의 예언은 적중하는 듯하다. 불과 1년 만에 현실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 타깃은 중국이지만 중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한 한국도 덤으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최고 5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서 한국은 동맹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동서 냉전시대의 유물인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동원했다. 한국에서 수입되는 철강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해가 된다며 53%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무역보복은 국가 간 무역을 규율하는 최고 규범인 WTO 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조치들이다. WTO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추구하기 위해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보완해 1995년 출범시킨 국제기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정책에 제한이 가해진다면 WTO와 재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철수할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서는 WTO 체제를 존중할 의사가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없는 WTO'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일방주의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하버드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자유무역 확대로 일시적으로 일부 계층이 타격을 입더라도 자유무역이 옳다는 명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칼럼을 썼다. 맨큐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보수 경제학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미국에 재앙"이라고 했지만 트럼프가 세계무역에 재앙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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