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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알루미늄 제재 집착하는 이유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5:44

수정 2018.02.20 15:44

미 금속업체 생존절박 지원 시급
트럼프, 핵심지지층 결집 기회로
미국 상무부가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요청한 가운데 이번 제재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을 부양하는 효과를 분명 가져오겠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로 미 경제에 타격이 될 수도 있다고 CNN머니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머니는 "최근 수년간 미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과도한 수입 때문에 타격을 받은 것은 자명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제안은 무기력한 미국 산업을 부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나 쿼터(할당) 부과를 제안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은 자동차·항공기·가전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강판과 선재, 형강 등 모든 유형의 금속 제품에 사용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중 상당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매년 미국 제조업에 투입되는 철강 1억t 가운데 최소 3분의 1이 수입산이다.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는 측은 미국 금속 생산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선 승리를 이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핵심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관련 제재가 미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다 줄 것인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로 관련 금속 수입이 얼마나 줄어들지 불확실하고, 관련 산업이 외국산 금속 수입 감소로 줄어든 물량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을지는 더 불확실하다고 CNN머니는 말했다.

미국철강협회(AISI)는 미 제철업체들이 수입 물량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키뱅크캐피털마켓의 필립 깁스 금속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수입되는 물량에는 필수적인 부분이 있다"며 "부족한 수입분을 보충하려면 지난 3∼4년간 문을 닫은 여러 미국 제강공장들을 소생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자본이 든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용강을 만드는 용광로 10기가 폐쇄됐다. 알루미늄의 경우 지난 2015년 이후 용광로 8기가 폐쇄되거나 감산에 들어갔다. 철강 파이프와 튜브, 자동차 차체 제작에 쓰이는 고부가 강판 등 몇몇 품목은 수입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강판 등 한 종류의 철강제품을 생산하던 용광로가 철강 파이프 같은 다른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쉽게 전환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일자리 감소와 소비자 가격부담 증가 등도 미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 알루미늄 업계는 무역제재가 중국을 목표로 하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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