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현장르포] 폐쇄 앞둔 한국GM 군산공장 지역경제 후폭풍..."왜 우리만 희생양" 민심 '악화'

이승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5:30

수정 2018.02.20 15:33

【군산=이승석 기자】19일 오후 가동이 중단된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인근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채 암울한 지역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군산=이승석 기자】19일 오후 가동이 중단된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인근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채 암울한 지역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군산·전주, 창원, 인천=이승석 기자, 오성택 기자, 한갑수 기자】“군산지역은 이미 유령도시나 다름없습니다. 정부와 전북도, 군산시, 지역 정치권이 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뭔가요? 군산조선소 폐쇄 반년이 넘도록 뚜렷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더니 이번에도 뒷북입니다. 아무리 무능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지난 19일 한국GM 군산공장 인근에서 한 상인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취재기자를 잡아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채 정부 등을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냈다. 이 상인은 분(憤)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뜩이나 지역 경제도 엉망인데, 왜 번번이 우리 지역(군산)만 희생양으로 삼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GM이 13일 군산공장을 5월에 폐쇄한다고 밝힌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군산지역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며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현재 공장가동이 멈춰 당장 군산공장 직원 20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고, 협력업체들도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생산대수를 80% 넘게 줄인 탓에 군산공장 인근 상권은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지역민들은 충격에 빠진 채 분노마저 느껴졌다.

군산공장 인근 협력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사실상 군산공장 가동이 멈췄다. 이 때문에 영업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며 “이미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 폐업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도 “대부분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고, 부채는 갈수록 늘어가는 악성 구조가 굳어졌다”며 “우리 같은 업체는 버틸 힘이 없다”고 했다.

2차 협력업체 한 직원은 “(군산공장 폐쇄 발표 직후)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선 미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GM 군산공장 폐쇄 폭탄’에 전북경제 ‘휘청’
전북도에 따르면 GM 군산공장은 정직원 1849명, 사내 195명을 비롯해 1·2차 협력업체(136곳) 종사자만 1만700여명에 달하는 등 가족까지 포함하면 5만명에 육박할 만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들 효자산업은 군산 수출의 42.7%를 차지할 정도다. 대규모 사업장이 거의 없는 전북, 그것도 군산에서 GM 군산공장의 비중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지난 1997년 군산시 오식도동에 국내에 세워진 마지막 자동차 생산공장인 한국GM 군산공장(당시 대우자동차)은 2011년 승용차 26만8670대 생산을 정점으로 생산량을 87%(23만4688대)나 줄였다. 차종도 준중형 세단인 ‘크루즈’와 MPV(다목적 차량) ‘올란도’ 등 단 2개로, 공장 가동률도 20%를 밑돌고 있었다.

이런 상항에서 GM은 자구 노력의 하나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 군산은 물론, 전북지역, 대한민국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설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막상 폐쇄가 현실화 조짐을 보이자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티던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특히 군산공장은 군산경제의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20%를 좌우하고 있다. 가뜩이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까지 지난해 7월 가동을 중단하면서 지역경제 황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군산=이승석 기자】19일 오후 폐쇄방침 발표이후 일주일째 가동이 중단된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내부 불이 대부분 꺼진 채 공장 정문도 굳게 닫혀 있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비원과 공장 관계자는 사진촬영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군산=이승석 기자】19일 오후 폐쇄방침 발표이후 일주일째 가동이 중단된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내부 불이 대부분 꺼진 채 공장 정문도 굳게 닫혀 있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비원과 공장 관계자는 사진촬영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인천 부평-경남 창원 ‘초긴장’...경영정상화 및 지원방안 ‘모색’
한국GM의 생산기지는 군산공장을 비롯해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 등 3곳(부품생산 보령공장 제외)이다. 부평공장이 가장 규모가 크다. 이들 공장 전체 고용 인원은 직접 고용 1만5600여명에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30만명이 넘는다. 한국GM의 작년 판매량은 52만4547대로 2016년보다 12.2% 감소했다. 최근 4년간 누적 영업 손실은 약 3조원이다. 게다가 이달 말 안에 정부 지원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국GM 생산공장이 위치한 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GM의 가장 큰 사업장인 부평공장이 있는 인천지역은 한국GM 본사, 기술연구소, 디자인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1만1000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협력업체 315개를 포함하면 8만여명이 종사할 정도로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경남도도 설 연휴 이후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이 주재한 간부회의를 통해 창원공장과 협력업체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한 권한대행은 “한국GM 창원공장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정부와 채권은행단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창원공장의 경우 스파크와 라보, 다마스 등 경차만 생산하기 때문에 국내 다른 공장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근로자들과 협력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살얼음판이다. 실제로 올 들어 창원공장의 가동률은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특히 오는 2019년부터 라보와 다마스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어서 신차 배정이 안 될 경우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창원공장 한 협력업체 대표는 “한국GM의 군사공장 폐쇄 발표 이후 기존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하루아침에 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북도, 현장지원단 꾸려...정부와 긴밀한 체제 ‘유지’
전북도는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 결정과 관련,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현장지원단을 꾸렸다. 도와 6개 시·군, 유관기관 등 1단장·1책임관·4개팀 35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은 19일 군산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 등과 위기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도는 정부와 긴밀한 협력·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도(군산시) 차원에서 군산공장 정상화와, 협력업체, 노조 등의 애로사항 청취와 피해 최소화 방안 등 역할 부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오는 23일 군산공장 노조·협력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20∼21일에는 최정호 정무부지사가 산업부·고용부 차관 등을 면담하는 한편, 21∼22일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도는 한국GM 정상화 방안 마련 때 군산공장 포함할 것과 군산 고용재난 지역·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협력업체 및 근로자 경영·고용 안정 지원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일자리 긴급 보완을 위한 자동차 연관산업 지원과 특별교부세 지원도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7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전북의 지난해 4·4분기 광공업생산지수는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5.5% 감소하면서 5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전북의 대표도시인 군산의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소매 판매도 -1.3%로 주춤했으며 취업자는 2만 2000명 줄었다.
전북의 취업자는 4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2만여명이 줄면서 주요 지역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군산=이승석 기자】19일 오후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인근 주유소가 일찍 문을 닫은 채 암울한 지역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군산=이승석 기자】19일 오후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인근 주유소가 일찍 문을 닫은 채 암울한 지역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press@fnnews.com 이승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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