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中企제품 '판로' 된 효리네민박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9 17:27

수정 2018.02.19 17:27

[기자수첩] 中企제품 '판로' 된 효리네민박

'한예슬 립스틱' '전지현 파카' 등 유명인 이름을 딴 화장품, 옷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처럼 드라마나 예능의 생활공간에도 '이름'이 붙은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효리네 와플 기계' '윤식당 에그팬' 등이 그렇다. 이 제품들은 프로그램 중간에 갑자기 튀어나와 흐름을 해치는 간접광고(PPL)도 아니다. 생활과 쿡방을 겸한 자연스러운 방송들이 인기를 끌면서 물 흐르듯 노출된다. 리얼리티 방송들이 중소기업 주방용품, 생활가전의 판로가 되고 있다.

전문 셰프들이 주를 이뤘던 1세대 쿡방을 넘어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생활방송들의 인기에 가장 신난 곳은 주방용품 업계다.
흥 많은 스페인 가라치코 주민들이 비빔밥을 먹으며 엄지를 치켜들고, 호떡에 맥주 한잔 하는 장면에만 수많은 주방용품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특히 '윤식당2'에서 비빔밥에 올라가는 계란 프라이를 동시에 여러 개 만들기 위해 등장한 4구 프라이팬은 방송 즉시 검색어를 장악하며 일상속으로 파고들었다. '윤식당2'와 공식 PPL 계약을 맺은 업체는 '호떡 그릇'으로 불리는 오덴세와 고기 볶는 프라이팬 브랜드 테팔 정도다. 4구 프라이팬을 비롯해 놋그릇 등 나머지는 윤식당 소품팀이 브랜드도 모르고 준비했던 것들이다. 4구 프라이팬은 국내 주방용품 제조기업 엠에스다이렉트 '요리즐' 제품이라고 하는데 '윤식당2' 방영 이후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전언이다.

'효리네민박2'는 그야말로 주방용품과 생활가전 등 소비재의 향연이다. '효리네민박2' 첫 방송날 알바생 윤아가 들고 온 쿠진아트 와플 기계는 본방과 동시에 주문해도 4월이나 돼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다른 '잇템'인 테콘 곰돌이 채소 다지기는 물론 손님들의 웰컴 드링크로 제공하는 감귤 주스를 만들 때 쓰인 믹서기마저 관심을 받고 있다. '이효리가 쓰는 물건'에 더해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라는 장점이 모인 '효리네민박2'가 중소기업들에는 큰 판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효리네민박은 시즌1 때부터도 저력을 과시했다. 아이유가 낑낑거리며 사용하던 다이슨 청소기는 물론 양 옆으로 물걸레가 돌아가는 한경희생활과학 아쿠아젯도 일반가정 속으로 들어왔다.
이외 매트리스나 커피머신, 효리네민박 전골냄비로 불린 킨토 냄비에 다기 세트까지 일일이 나열하려면 끝이 없다.

효리네민박 측은 처음부터 어떤 PPL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세웠지만, 그의 집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생활가전들과 주방용품 하나하나가 관심 받고 매출로 이어진다.
생활용품 중소기업들에는 지금 그 어떤 판로보다 윤식당, 효리네민박이 고맙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