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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포노사피엔스와 방탄소년단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4 14:35

수정 2018.02.14 14:35

[fn논단] 포노사피엔스와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열기가 뜨겁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100억회에 육박하고 있고 미국의 메이저 언론들도 도대체 이들이 어떻게 미국 청소년들을 사로잡게 되었는지 분석하기 바쁘다. 방탄소년단의 탄생과 성장은 매우 특이하다.

방탄소년단은 방시혁이 만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애초에 자본력이 크지 않은 벤처기업이다. 자본마케팅이 불가능한 탓에 방탄소년단은 SNS 마케팅을 선택했다.
데뷔 이전인 2012년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며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재능을 소개하고 팬층을 확보해갔다. 그들의 춤과 노래가 유튜브에서 스스로 번져가더니 엄청난 팬클럽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아미'라는 팬클럽은 스스로 SNS 마케팅전략을 짜서 국가별로 활동하며 방탄소년단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더욱 높다. 2017년 미국 3대 음악제 중 하나인 AMA(American Music Award)에서 초청공연을 했고, 이때 방송을 본 사람들이 2000만개의 관련 트윗을 올려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는 바람에 우리도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됐다. 한국의 소년그룹 BTS가 기존 음악소비 네트워크의 도움 하나 없이 미국 10대 청소년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가 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언급했듯이 미디어 소비의 변화는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좋은 지표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포노사피엔스 시대 소비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기존 기업 네트워크와 대규모 자본의 도움 없이 오직 SNS를 통해 대중적 스타가 됐다는 것은 이미 음악에 있어서는 소비자의 선택과 자발적 확산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지표가 됐다는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를 둔 부모는 온갖 학연, 지연을 동원해 방송사 음악방송 담당 PD를 만나 로비를 해야 했다. 이제 이런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의 자발적 확산이 없는 한 방송 출연 한 번으로 스타가 될 수는 없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백화점에 납품 한번 하려고 기업 역량을 집중했다. 그것이 유일한 소비의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 백화점 아마존과 알리바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상품을 올리면 된다. 음악과 마찬가지다. 하루 수천명이 유튜브에 자기 음악을 올리고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그동안은 이런 방식으로 세계적 스타가 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그걸 해낸 거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제품 하나로 기존 유통망의 도움 없이 오직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만으로 세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걸 보여준 거다. 개인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중국 '왕훙'들이 2017년 올린 매출이 15조7000억원을 넘어섰고, 우리 기업들도 이들을 통해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건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미디어시장에서는 이미 소비자가 왕이다.
곧 제품시장에도 이런 시대가 온다. 대한민국의 제조가 살아나려면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상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올해는 전 세계 청소년이 열광하는 'BTS폰'을 기대해본다. BTS가 그들의 팬들과 소통하며 진심을 담아 디자인하고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진이 진심을 담아 만들어낸 폰을.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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