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군산공장 폐쇄"]

1兆 손실 내고도 1700억 성과급잔치… ‘밑빠진 독’에 메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3 17:38 수정 : 2018.02.13 21:06

'군산공장 폐쇄' 초강경 카드 꺼내든 한국GM
10년새 판매 반토막났지만 임금은 8년간 50%나 올라
국내 차산업 출혈경쟁 심화..고비용.저효율 생산성 문제..업계 고질병 뜯어고쳐야

경영난에 빠진 한국GM이 13일 전북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GM 사태의 원인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폐쇄가 결정된 GM 군산공장 앞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밑 빠진 독을 제거하지 않고 중장기 경영개선은 없다.'

지난 9일 부평공장에 열린 한국GM 이사회에 군산공장 폐쇄 안건이 올라오자 카허카젬 사장의 표정은 비장하면서도 단호했다. 1시간도 안 돼 군산공장 폐쇄 안건은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한국GM 내부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하는 지난주 이사회의 분위기다.
한국GM은 13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천명하기까지 4일간 비밀에 부쳤다. 그만큼 이사회 의결 이후에도 신중을 기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에선 한국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도 출혈경영이 심화되고 있는 군산공장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비용·저효율 생산성이 '화근'

업계에선 군산공장 폐쇄를 한국GM이 경영개선을 위해 마지막으로 꺼낼 카드로 봤다. 예상보다 빨리 나온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누적적자가 3조원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경영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안팎으로 손 벌릴 곳이 없는 게 내부 위기감을 키웠다. 근본적 이유로 꼽히는 것은 고비용·저효율의 낮은 생산성이다. 한국GM의 판매실적은 2007년 96만대에서 정점을 찍은 후 10년 만인 지난해에는 반토막 수준인 52만대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역성장이 이어지면서 최대 5000억원을 넘던 연간 순이익은 1조원 규모의 순손실로 바뀌었다. 하지만 1인당 평균 임금은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50%나 올라 9000만원에 육박했다. 여기에다 5년 연속 1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복지비용 등을 확대하면서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성과급만 1700억원 내외로 연간 적자규모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사이 공시지가 1조7000억원 상당인 국내 4개 공장 부지는 모두 금융권에 담보로 맡겨져 대출이 진행됐다. 차가 안 팔려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안에서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빚잔치'를 벌인 셈이다.

이는 GM 본사가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하지 않는 이유가 됐다. 높은 비용으로 신차를 만들어봐야 무슨 가격경쟁력이 있겠느냐는 게 GM 본사의 시각이다. 다른 해외사업장보다 한국GM의 매출원가비율이 높은 것도 고비용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GM 주주들도 그동안 한국GM의 대규모 손실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본사로부터 조달하던 운영자금 역시 고리대금 장사라는 역풍을 맞는 등 국내에서 비우호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GM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댄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자동차산업에 경종 울려

한국GM의 고강도 자구안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출혈이 있더라도 다각도로 근본적 처방에 나서겠다는 게 GM의 기류다. 실제 군산공장 폐쇄로 투입되는 비용 8억5000만달러 가운데 3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는 실제 투입되는 비용이다. 군산공장 2000여명에게 1인당 2억원 정도 위로금을 지급하더라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나머지 4억7500만달러는 공장 폐쇄에 따른 자산가치 손실분을 장부가로 계산한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GM이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고 최적의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추가 개선방안은 현재 확정된 것은 없지만 앞으로 윤곽이 잡힐 전망"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인건비 상승과 잦은 파업 관행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실적 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의 낮은 생산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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