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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군산공장 폐쇄"] GM에 뒤통수 맞은 정부‘공동실사 제의’ 시간벌기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3 17:38

수정 2018.02.13 21:05

추가 지원 결정땐…
‘밑빠진 독에 물붓기’ 비난..근본적 경쟁력도 장담못해
이대로 공장폐쇄땐…
일자리.지역경제 직격탄..글로벌기업의 한국 철수
정부가 한국GM의 갑작스러운 군산공장 폐쇄 카드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GM 측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관계부처 차관들이 13일 긴급회의를 하고 한국GM 측에 공동실사를 제의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GM 측의 일방적인 군산공장 생산중단 및 폐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한국GM의 지난 수년간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KDB산업은행이 GM 측과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GM 측도 정부의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향후 행보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나온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장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말이 유일하다. 백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에게 GM의 신규 투자 의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정부 지원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신규 투자의 규모나 기간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함부로 (GM이) 이렇게 하면 (정부가) 이렇게 한다고 커미트(commit.약속)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GM의 근본적 경쟁력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추가지원에 여지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한국GM의 한국시장 철수는 고용 및 지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정부의 고민은 한국GM이 글로벌 기업이라는 데서 시작한다. 정부의 이전 기업구조조정 방식이 글로벌 기업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원칙은 대주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조건부 지원이었다.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을 압박하면서 자구 노력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GM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언제든지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산업이 부진한 상태에서 마냥 지원만 할 수는 없다. 실제 지난해 국내 완성차 내수 판매량은 156만202대로 전년(160만154대)보다 2.5% 감소했다. 지난해 국산차 수출량도 253만194대로 전년(262만1715대) 대비 3.5% 줄며 2013년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해 생산도 최근 7년래 최저수준까지 추락했다.

GM이 일정 부분의 희생을 감당하면 정부 지원은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는 구조조정 이슈인 만큼 그쪽(GM 측)도 나름대로 손실분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현재 GM이 정부에 요청한 지원책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5000억원 이상의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 GM이 한국GM에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경우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한국GM의 실사 결과에 따라 자금투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 한국GM에 대한 감자 및 GM의 주식인수까지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시장은 판단한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 GM이 산업은행의 한국GM 대출에 대한 출자전환을 요구할 경우 산업은행이 보유한 17% 중 일정 지분 인수를 요구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하는 희생만큼 GM도 한국GM에 자금을 투여하는 희생을 동반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동반대책이 아니라면 산업은행이 국민혈세와 같은 국고를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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