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김현종의 '성깔'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3 17:26

수정 2018.02.13 17:26

[차장칼럼] 김현종의 '성깔'

김현종은 "(통상)협상은 성깔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 김현종은 자칭 '협상가'다. 그가 상대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거칠다. 절대적 힘의 우위에 있고, 손에 쥔 지렛대도 여러 개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보한 것은 지난해 7월 12일. 그간 두 번의 FTA 개정 착수 협상, 두 번의 본협상을 끝냈으니 초반은 지났다. 7개월여 '김현종의 협상'에서 두 번의 오판을 지적한다.


첫째 수로 둔 한.미 FTA 효과 공동분석은 미국이 수용하지 않아 무산됐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술(FTA 폐기)'을 블러핑(엄포성 위협)으로 오판한 탓이다. 김현종은 "미국의 기대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2017년 10월 13일 국회에서). 숨은 뜻이 그렇다면 두번째 수는 맞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두번째 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방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겨냥해 우리가 전적으로 불리한 'AFA(불리한 가용정보조항)'라는 특권을 휘두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미국민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며 최상위 수준 세이프가드(한국산 세탁기 등)에 사인했다. 미국이 15년 이상 접어둔 세이프가드를, 그것도 FTA 체결국인 한국에 실제 발동할지에 대해 우리의 판단은 느슨했다. 정부도 국민들에게 트럼프가 세이프가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흘렸다. 트럼프 결정이 임박해 예상보다 고강도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감지됐으나, 시간이 늦었다. 우리의 아웃리치(우호세력 접촉 설득) 노력도 무색했다. 결국 판결까지 2~3년 걸리고, 승소한다 해도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인 예측가능했던 '제소(미이행시 보복관세 포함)' 카드를 꺼냈다. 이걸로 실효성이 불충분한데 우리는 미국을 압박할 다른 무엇이 있는가.

중반으로 접어든 FTA 개정은 달라야 한다. 두 번의 오판에서 확실해진 것은 ①'미국 우선주의' 위에 '트럼프 우선주의'가 있다 ②트럼프의 '무역전쟁' 기조가 매우 일관된다 ③무역촉진권한법(TPA)을 생략한 유례없는 FTA 개정협상 중이라는 것이다. 이 중 ③이 함정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바, 미국은 국내법 개정 불가를 이유로 방어막을 치고, 법 절차를 옳게 밟은 우리는 이를 수용해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트럼프 이후'라도 미국이 2018년 개정협정을 제대로 지킬 것인지 구속력있는 담보가 합의돼야 한다는 말이다.
김현종은 "패권국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반대급부를 요구한다. 우리 이익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했다(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20대부터 부동산사업을 하며 정부와 협상(거래)한 트럼프는 '쎈' 상대다.
'김현종의 협상'이 비기더라도 좋다(이익 균형). 그의 '성깔'을 보고 싶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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