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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에 듣는다] 뮤지컬로 되살아난 제주 거상 '김만덕'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3 17:25

수정 2018.02.13 17:25

[자치단체장에 듣는다] 뮤지컬로 되살아난 제주 거상 '김만덕'

제주에는 연간 1500만명 넘는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물론 제주의 청정환경 속에서 정신과 육신을 힐링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발 더 나아가서 아예 정주하기 위해 생활 터전을 옮겨오기도 한다. 그래서 제주시가 올 8~9월 인구가 5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하는 통계지표들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고 있기도 하다.

제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여기저기 흩어진 문명의 흔적들을 통해 기원전 1세기부터 2~3세기 사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삼성혈에서 시작된 설화들이 주류를 만들고 고·량·부 부족들이 씨족 형태의 부족국가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몽골 지배 100년, 일본 지배 36년, 4·3 사건 등 외세에 의해 제주는 상처로 얼룩져 있다.

이런 뼈아픈 역사 속에 제주 여성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220여년 세월이 흘러도 시들지 않고 그 향기를 진하게 피워내고 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만든 거인의 이야기로, 제주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설문대할망의 아들, 한라산 오백장군이 있었는데 설문대할망은 아들을 먹여 살리는 데 항상 정성을 기울였다. 어느 날 아들을 먹일 죽을 끓이다가 그만 솥에 빠져 죽고 만다. 아들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죽을 맛있게 먹다가 죽 속에서 나온 뼈를 보고 그때서야 어머니가 솥에 빠져 죽은 사실을 알고 통곡하다 한라산 병풍바위로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런 전설이 있어서일까. 제주에는 설문대할망과 같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김만덕이 그 주인공이다. 조선 정조 19년(1795년) 전국에 전염병이 번져 많은 병사자가 나왔고, 제주에는 기근까지 겹쳤다. 이 와중에 양부모를 여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객주를 운영하며 거상이 돼어 근검절약으로 모은 많은 재화를 굶주린 섬 땅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생명을 살려낸 김만덕의 실화가 제주 역사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우리 제주시는 만덕할망의 혼불을 뮤지컬로 승화시켜 지난 1월 26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초연의 서막을 올렸다. 공연은 27일과 28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이어졌다. 그런데 공연을 10여일 앞두고 전석이 매진되고 계속 문의가 들어올 만큼 그 반응은 뜨겁다.

이미 오래전 제주시와 제주도청에서 문화국장을 지내며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소망을 늘 품고 있던 차제에 작은 도전을 해본 것이다.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어 민간이 하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행정이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내 것을 덜어 이웃을 돕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살아오면서 늘상 보여준 조냥정신이다. 만덕은 조냥과 나눔의 맨 앞줄에 있는 위인이다.


그래서 제주에 제주다움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나눠갈 생각이다.

고경실 제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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