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 차별 해소의 역설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2 16:32

수정 2018.02.12 16:32

[윤중로] 차별 해소의 역설

지난달 한 위성TV 채널에서 우연히 '주토피아'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 미국의 바이론 하워드 감독이 만든 것으로 2016년 극장에서 개봉되며 국내에 소개된 영화다. 주토피아는 말 그대로 동물들의 이상향을 뜻하는 것으로 인간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동물세상에 투영했다.

주토피아의 도시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사회를 투영했다. 토끼, 여우, 호랑이, 나무늘보 등 등장인물, 아니 등장동물들은 인종은 물론이고 강자와 약자, 똑똑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 등으로 묘사됐다. 약하다는 편견과 맞서 싸우면서도 육식동물이 잔인하다는 편견을 가진 토끼 주디, 교활하다는 편견과 그 편견에 순응하다 주디를 만나 원래 자신의 착한 모습으로 바꿔가는 닉…. 등장하는 여러 동물의 모습과 줄거리는 인종이나 성별, 이데올로기는 물론이고 일상에서 빚어지는 차별과 편견 등에도 자연스레 투영된다.


나는 이 영화를 편견과 차별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영화 중간에 등장 동물들끼리 서로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는 모습은 인간이, 세상이 상대방에게 하는 모습과 똑같다. 결론에서 주토피아가 던져 준 메시지는 '차별이나 편견 없는 세상'이다.'주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든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면 서로의 차이를 더 인정하게 된다'라든지 등은 차별화 편견을 넘어서는 주토피아 세상의 명언으로 인간세상에 회자된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등을 반영한 '뉴노멀'이 새로운 경제질서를 이끌고 있다. 뉴노멀 시대는 자연스럽게 차별화를 몰고왔다. 그래서 차별화 해소가 경제·사회적 과제로 등장했다. 그런 점에서 전 정부가 외쳤던 '비정상의 정상화'도 같은 맥락일 게다. 그런데 차별을 해소하려다 보니 역차별이라는 부작용이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역차별 현상은 경제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미스매치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 간 등 경제분야에서 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인 역차별 현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남성과 여성 간 성차별 해소에서 비롯된 저출산 해소 대책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육아수당 직접 지급과 함께 임신 및 출산기의 부부에 대한 휴가 등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맞춰 기업들도 남성에게 의무육아휴직을 실시하는 등으로 화답하고 있다.

문제는 본의 아니게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의외로 크고 불만의 목소리가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포'세대 등 사회적 현상이나 불가피한 환경으로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들,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이들은 직장 내에서의 출산휴가 등에 따른 결원으로 인한 상대적인 업무부담 가중 등으로 힘이 빠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차별해소에만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인 불이익과 박탈감을 얻는 역차별 쪽은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
차별이든 역차별이든 정도가 심하면 조직이나 사회가 활력을 잃는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