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프랜차이즈 공급가 공개의 역설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2 16:28

수정 2018.02.12 16:28

[특별기고] 프랜차이즈 공급가 공개의 역설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 말은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들, '이젠 결혼하기 싫다'라는 노처녀.노총각들의 말과 함께 대표적인 거짓말 시리즈 중 하나다. 장사꾼에게 원가(原價)는 부부간에도 숨기는 '절대 영업비밀'이다. 그런 장사꾼에게 원가를 공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세상 이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힘 가진 정부가 법까지 고치면서 민간기업들에 강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의 공급가격과 관련 마진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입법예고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필수물품 가격정보는 가맹본부의 오랜 노하우와 구매경쟁력 등이 담긴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맹본사로부터 받은 필수물품의 공급가격은 가맹점사업자 입장에서는 판매원가(原價)에 해당한다.

본사로부터 받는 닭이나 커피 원두 값이 소비자에게 알려지면 가맹점사업자들에게는 사실상 판매마진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잖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킨이나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원가와 판매마진까지 공개되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인건비, 임대료 외 배달비 등 다른 부대비용을 생각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판매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오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비용 및 영업이익에 관한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는 법원 판례가 수도 없이 많고, 쉽게 찾을 수 있어 공정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해야하는 예비창업자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선의(善意)에서 비롯됐다. 유출위험을 막기 위해 '비밀준수 각서'를 받고 예비창업자에게만 필수품목 가격정보를 제공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반하면 가맹본부가 유출자를 찾아 고소하면 될 것 아니냐고 덧붙인다.

이 역시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적 발상이다.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가맹계약을 문의하는 예비창업자 가운데 실제로 계약을 하는 사례는 10명 중 1~2명 정도다. 영업기밀이 담긴 정보공개서는 나머지 미계약자에게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그동안 가맹점 계약협의를 해온 수많은 사람 중 유출자를 어떻게 찾아내며 유출 책임을 입증하라는 얘기인가. 특히 유출된 정보는 인한 피해는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 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알묘조장'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순리를 거스르고 억지로 일을 벌이다 다 망친다는 교훈이다. 선의(善意)에서 출발한 모든 정책과 시도가 좋은 결과만을 낳지는 않는다.
필수품목 가격공개를 추진하는 공정위가 순진하고 성급한 농부의 실수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다.

김동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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