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60세 정년이 청년 일자리 줄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2 16:28 수정 : 2018.02.12 16:28

나 같은 베이비부머는 좋지만 결국 딸 . 아들 일자리 앗은 꼴
이 마당에 벌써 65세 이야기도



청년실업률이 높아서 걱정이다. 추세로 보면 올해 10% 저항선을 뚫을 것 같다. 노무현.이명박정부 때 7~8%에 머물던 수치는 박근혜정부 때 8~9%대로 올랐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 9.9%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인구에 주목한다. 지난 1월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향후 3∼4년 동안 특단의 청년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2022년 이후가 되면 청년고용 압박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비부머를 부모로 둔 젊은층을 에코세대라 한다. 지금 20대 중·후반 나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13년 684만명대이던 20대 인구가 올해 695만명 수준으로 늘어난 뒤 다시 줄기 시작할 걸로 본다('우리나라 잃어버린 세대 등장의 의미'.2017년 12월).

그러면 다행이다. 그런데 한 가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진 게 꼭 인구 때문일까. KAIST 이병태 교수는 60세 정년연장에서 또 다른 원인을 찾는다. 아버지 세대를 살린다고 만든 정년연장이 청년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얘기다.

입법 과정을 들춰봤다. 2012년 겨울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눌렀다. 이때 연령대별 투표율은 50대가 82%로 가장 높았다. 자연 50대가 박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50대가 바로 나 같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다. 국회는 속전속결로 정년연장법을 처리했다. 이때만큼은 여야 협치가 빛났다.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 곧 정년연장법이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바로 이튿날 환노위 전체회의, 그로부터 엿새 뒤 본회의도 일사천리로 땅땅땅.

이때도 60세 정년이 염치 없는 짓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자식 일자리 빼앗는 꼴이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나를 보면 안다. 예전 같으면 정년퇴직했을 나이다. 하지만 국회 덕분에 여태껏 눈치밥 안 먹고 일한다. 법이 60세까지 보장한 덕이다. 천만다행으로 딸아이는 취직을 했지만, 어떤 청년은 나 때문에 피해를 봤을 게 틀림없다.

보완책도 허술했다. 임금피크제 의무화 논의는 흐지부지 끝났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만 임금피크제를 한다. 그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임금 조정 없는 정년연장이 청년 신규채용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경고는 현실이 됐다. 실업률 9.9%란 숫자엔 일방적으로 당한 에코세대의 아픔이 배어 있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2022년부턴 사정이 나아질까. 알 수 없다. 올해 지방선거가 있고, 2020년에 총선, 2022년에 대선이다. 정치인들은 표라면 사족을 못 쓴다. 베이비부머 표를 얻으려 또 무슨 쇼를 할지 모른다. 누가 아나. 덜컥 65세 정년 공약을 내놓을지.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베이비붐 세대는 대가 세다. 정치인과 똘똘 뭉치면 못할 게 없다. 명분도 근사하다. 지금 예순에 퇴직하면 국민연금 받을 때까지 5년이 뜬다. 현대차 노조도 바로 이 점을 들어 지난해 협상 테이블에 정년 65세 카드를 올렸다. 비록 관철은 못했지만 올해 또 내놓을 공산이 크다.

청년들아, 정신 바싹 차리거라. 어어 하다 코 베가는 세상이다. 이번엔 아버지들한테 지지 마라.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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