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현장르포] 매장엔 가득 쌓인 과일선물세트.. "시장서 장 안본다" 상인들 한숨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1 17:48

수정 2018.02.11 17:48

설 연휴 앞둔 전통시장
사람들 북적인 남대문시장..막상 물건 사는 손님은 없어
관광객마저 드문 공덕시장은 설대목 분위기 없이 '썰렁'.. 강추위.채소값 급등도 한몫
사진=오은선 기자
사진=오은선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대목을 맞았지만 서울시내 전통시장들은 명절 특수가 실종됐다. 설 특수 없이 관광객들로만 북적대는 서울 남대문시장(위 사진)과 관광객마저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는 공덕시장. 사진=오은선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대목을 맞았지만 서울시내 전통시장들은 명절 특수가 실종됐다. 설 특수 없이 관광객들로만 북적대는 서울 남대문시장(위 사진)과 관광객마저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는 공덕시장. 사진=오은선 기자

"남은 거 다 넣어줘~."(고객). "아유 안 돼. 한 봉지 더 팔아야지."(상인)

지난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오이지와 나물절임 등을 봉지에 나눠 담던 상인 유금자씨(75)는 한 주먹 남은 나물을 다시 보기 좋게 정리했다. '덤'으로 조금 더 넣어달라는 단골 손님의 넉살좋은 한마디에도 이씨는 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그는 마지막 남은 이 한 주먹이 모두 팔리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럼 대신 오이지 하나 더 넣어줄게 이리 와봐." 결국 유씨는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리던 손님을 다시 붙잡았다.
세밑 대목 전통시장의 훈훈한 '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설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말인 지난 9일 낮 서울 남대문시장은 대목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댔다. 설 차례용품을 구하려는 사람과 관광객들, 호객하는 상인들까지 뒤엉켜 북적댔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 상인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40년째 닭꼬치.어묵 등을 팔아 온 한 상인은 기자가 "대목을 맞아 장사가 잘되느냐"고 묻자 "설 준비를 누가 전통시장에서 하나요. 마트에서 하지"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시장에 사람이 많은 것과 장사 잘되는 것은 다른 얘기가 된 지 오래다. 그나마 평소와 같이 관광객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한숨지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한성씨(56)도 "설빔으로 설 대목 특수를 누렸던 적이 언제인지 이제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도심에 자리잡은 남대문시장은 국내외 관광객이 항상 찾는 곳이라 나은 편이다. 서울 마포 공덕시장은 그야말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지난 9일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40~50대 주부들과 노년층이 주고객인 이곳은 설 대목이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3)는 매장 가득 쌓여있는 설 선물세트를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예전엔 인근 기업에서 몇 백박스씩 구입하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기업은커녕 개인들도 절반 이상으로 줄어 준비한 물량이 다 나가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설엔 특히나 장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창동계올림픽과 추운 날씨에다 온라인 판매 증가 등으로 시장을 보러 나오는 사람들이 평소에 비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늘은 날씨가 풀렸다고 해서 손님들이 좀 나올 줄 알았지..."라며 아침부터 그대로인 사과 박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근처 채소가게에서는 손님과 상인 이모씨(78)가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하나에 2000원 하는 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손님의 말에 이씨는 "안 오른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무랑 시금치가 엄청 올랐어. 지금 제주도에 폭설이 와서 그렇대. 날도 너무 추워서 무도 오는 길에 다 얼어버리고…"라며 다시 물건을 정리했다.
실제로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한파로 인해 1주일 새 무가 25.2%, 파는 20.2% 오르는 등 채소 가격이 급등세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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