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검찰, 명운을 걸어라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8 16:58

수정 2018.02.08 16:58

[데스크 칼럼] 검찰, 명운을 걸어라

K검사, 우여곡절이야 겪었지만 일촉즉발의 위기감 속에 북한까지 참가한 평창동계올림픽이 화려한 막을 올리는 날 이런 글을 쓰게 돼 참으로 민망하고 안타깝습니다. 적폐청산의 선봉에 선 검찰이 미투운동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춘천지검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제기, 반박, 재반박 등을 거쳐 전담 수사팀까지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니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한마디로 검찰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정의 실현과 법치주의 구현이라는 조직의 가치는 한갓 세간의 조롱거리로 회자되면서 '법대로'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검찰이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라는 독특한 조직체계를 유지해왔던 데는 법 집행기관으로서 엄정한 조직기강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이해되는 측면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서지현 검사의 폭로나 검찰 내부를 향한 일련의 의혹 제기 등을 계기로 결국 검찰조직을 엄호하기 위한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호된 비판에 어떤 반박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거 그랜저 검사니, 스폰서 검사니 입에 올리기도 낯부끄러운 추문이 불거졌을 때 특임검사가 임명되고 관련자는 법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적어도 조직의 이름을 더럽히는 치부 내지 일부의 일탈행위를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었고, 결과에는 책임지는 풍토를 검찰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살아 있는 조직의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 검찰이 처한 상황은 여러 면에서 검찰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검찰마저 '공소시효가 지났고, 당사자 주장이 엇갈리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라거나 '인사 문제 등에 불만을 품은 일방적 주장'이라는 식으로 피해갈 수는 없겠다고 판단해 신속히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여기에서 '검찰마저'라고 표현한 것은 누가 뭐래도 검사는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인 데다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검사 한명 한명이 독립된 기관으로서 예우를 받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어느 곳보다 내부감시와 자정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리라는 기대가 일반의 상식일 것입니다. 그것이 깨진 것입니다.

특히 범법자를 상대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검찰의 직무상 도덕성과 정당성에 큰 상처를 냈다는 점입니다. 도덕적 우위야말로 법을 집행하는 기관, 사람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원천일 텐데 이래서야 범법자로부터 "너는 당당한가"라는 냉소가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검찰과 경찰, 법원 등 형벌권을 행사하는 기관 종사자의 잘못에 어느 집단보다 무겁게 죄책(罪責)을 묻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이나 법 경시풍조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K검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여론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해답은 사건의 실체를 분명히 드러내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이겠지요. 제도, 문화의 획기적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관 이기주의가 끼어들거나 소위 성역을 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불편부당과 철저한 조사에 더해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이 요체라고 믿습니다.
공익의 대표자를 자임하는 검찰다움을 기대합니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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