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생후 76일 아기 잃은 母… 죄책감에 눈물 마를 날 없어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5 19:46

수정 2018.02.05 19:46

생후 76일째인 1986년 9월 1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잃어버린 김성근군.
생후 76일째인 1986년 9월 1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잃어버린 김성근군.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연탄불을 갈기 위해 잠시 나갔다 들어왔을 뿐인데 자고 있어야 할 갓난아기가 보이지 않았다. 생후 76일 만에 소중한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후 자식 둘을 더 낳고 32년이 지났어도 잃어버린 아들을 향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어머니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5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최모씨가 아들 김성근군을 낳은 것은 1986년 6월 30일. 당초 출산 예정일은 8월이었지만 예상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김군은 황달 증상을 보였다. 결국 김군은 약 2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후에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힘겹게 아들을 품에 안았지만 최씨 부부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9월 13일 부슬부슬 비가 내리면서 유난히 싸늘한 날이었다. 최씨는 생후 76일 된 김군이 감기에 걸릴까 걱정돼 연탄불을 피워 방을 데웠다.

남편의 귀가가 늦어지면서 혼자 집에서 아기를 돌보던 최씨는 깜빡 잠이 들었다. 밤 11시께 한기를 느낀 최씨는 잠에서 깼고 연탄불을 갈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최씨는 "아기하고 같이 있다가 잠깐 졸았는데 연탄불이 꺼지면서 방이 차가웠다"며 "상가 건물 2층에 살고 있었는데 연탄불을 갈려면 1층으로 내려가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랴부랴 연탄불을 갈고 2층으로 올라간 최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얌전히 자고 있어야 할 아기가 포대기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집에서 100m가량 떨어진 아주버님 댁으로 뛰어가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최씨는 전했다.

순간 충격에 휩싸인 최씨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연탄불을 갈 때 보일러실 바로 앞에 있던 화장실에서 누군가 나가는 인기척을 느꼈던 것이 떠올랐다. 주변 이웃들 증언도 아들이 유괴된 것을 의심케 했다.
최씨는 "당시 자가용도 거의 없던 동네였는데 연탄불을 갈고 조금 있다가 근처에 있던 검은색 자가용이 출발했다고 하더라"며 "일주일 전부터 의심스러운 30대 여성이 우리 집 주변을 배회하고, 1층 슈퍼마켓에도 들렀는데 아기를 잃어버리고 난 후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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