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2030 아우성에 귀 기울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31 17:15 수정 : 2018.01.31 17:15

이유있는 젊은 층의 변심
일방적 단일팀 구성같은 국가주도주의 맹신 안돼



정보기술(IT) 강국임을 인증한 것인가. 1월 24일 포털사이트가 후끈 달아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 경쟁을 벌이면서다. '평화올림픽'이냐, '평양올림픽'이냐를 놓고 벌인 온라인 대리전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실검 전쟁'은 싱겁게 평정됐다.
정현이 호주오픈 테니스 4강에 진출하면서 '평화'와 '평양'이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다. 22세 청년의 당당한 승리에 젊은 네티즌들이 뜨겁게 반응한 결과다. 둘로 쪼개진 사이버 대전을 끝낸 주체는 '2030세대'였다. 그만큼 신세대가 자신들의 불만을 속 시원히 풀어줄 청량제를 갈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기류는 감지됐다. 집권 후 처음 문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밑돌았다. 2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59.8%였다. 알앤써치의 앞선 조사에선 56.7%였다. 허니문이 끝나가는데 50%대 후반이라면 나쁜 성적표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조사에서 열성 지지층인 2030세대의 변심이 뚜렷이 읽혔다는 게 주목된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은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들을 모아 놓고 "남북이 단일팀을 만든다면 그 모습 자체가 역사적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페어플레이로 일군 정현의 승전보에 열광한 2030세대가 아닌가. 이들이 남북 단일팀 구성의 불공정성을 간과할 리도 없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던 대통령의 취임사가 아직 귓전에 쟁쟁한데….

돌이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락도 일방통행식 리더십에서 싹텄다. 대선 직후인 2013년 초 총리와 장관 후보 여럿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고 '밀봉 인사' 등 잡음이 새어나올 때였다. 당시 필자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칼럼에서 "신은 누군가를 멸망시키기에 앞서 뜨거운 권력을 누리게 한다"는, 역사학자 한스 위테크의 명언을 인용해 경고했었다. 나중에 최순실 스캔들이 불거지리라곤 솔직히 몰랐지만.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러 점점 더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도 권력 사용법을 몰랐다. 국민과는커녕 여당이나 내각과의 소통에도 서투를 정도로. 그 결과 청년층이 먼저 등을 돌리고, 그의 빈약한 콘텐츠를 알고도 국익을 앞세우는 원칙은 허물진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표를 줬던 지지층마저 떠났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동서독의 전례와 달리 북한 선수단은 이번에 공정한 평가전도 없이 입성했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에 분노했던 '흙수저' 세대의 눈엔 '낙하산'이었다. 그런데도 "젊은 층이 제대로 된 통일교육을 받지 못해 단일팀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여당 고위 관계자)며 훈계하는 식이니 문제다. 이는 범여권의 핵심에 포진한 '86세대'가 어느새 '꼰대'가 됐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핵수저'를 물려받은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 청년층이 당연히 반길 것으로 오산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면서 이를 갉아먹는 정책만 줄줄이 내놓는 게 아닌가. 2030세대가 비트코인에 매달리는 건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좌절된 탓이다. 이런 본질을 놓치고 법무장관이 거래소 폐지를 섣불리 입에 올렸다 역풍을 만났다. 집권 2년차 정부가 산업화나 민주화 시기에 통용됐던 과도한 국가주도주의나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 기울일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