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약취소, 1시간 전까지 안하면 위약금" 예약보증금 법제화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8 17:33

수정 2018.01.28 17:33

"소상공인 피해 막을 수 있어" vs. "예약 자체가 줄어들 것"
위약금 규정 강력하게 전화 한통이면 되는데…
다른 손님도 못받고 재료비 손해도 고스란히
현행 공정위 규정으론 한계
법제화는 시기상조..가이드라인 있는 상황에 법으로 강제하는건 과도
영세한 식당의 경우 예약금 요구하기 어려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약취소, 1시간 전까지 안하면 위약금" 예약보증금 법제화

'노쇼(No-show)'. '예약한 고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노쇼는 해당 업체에 피해를 준다. 예약 고객이 나타나지 않아 다른 고객을 받을 기회가 사라진 것은 물론 재료비 등의 준비로 실질적인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쇼로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들이 받는 피해는 더 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일 노쇼 근절을 위해 위약금 규정을 신설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공정위가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제정.시행하는 고시다.
공정위는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위약금 규정을 더 엄격히 규정하거나 신설했다. 예약시간 1시간 전에 식당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취소하거나 취소 없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으면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도록 위약금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다만 사업자의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면 소비자는 예약보증금의 2배를 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아 균형을 맞췄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예약보증금을 아예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약보증금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반해 정부는 생각이 다르다. "법으로 소비자들을 강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미 예약보증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법적 규제 보다는 예약 문화와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선을 긋는다.

■"현재 규정으로는 소상공인 보호 못해"

공정위 개정안에 대해 소상공인업계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61)는 "작은 음식점들은 단체예약을 위해 들이는 재료비 손해가 가장 큰데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면 고스란히 식당들이 피해를 떠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재 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회장은 "공정위가 노쇼문제 해결을 위해 첫발을 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예약시간 1시간 이내 취소 계약에 대해서만 예약보증금을 지급 받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최소 하루 전에 취소를 해줘야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이어 "노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예약보증금 제도를 강제할 법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외식업계와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약보증금 법제화'에 대해 서울 여의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음식점 내 금연'을 실시했을 때도 고객들의 반발이 있곤 했다"며 "그러나 전 사회적으로 음식점에서 흡연을 하면 안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강제화는 시기상조, 개정안 효과 지켜보자"

예약보증금을 강제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찬반을 팽팽하게 갈린다. 법제화가 아니라 공정위 개정안 시행도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3)는 "현실적으로 장사 잘 되는 식당은 예약보증금을 요구하기 쉽지만 우리 같은 영세식당은 예약보증금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다"면서 "장사가 어려우니 보증금 없이 일단 예약을 받게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 여의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예약금을 받는 것도 무리다. 우리나라 인정상 예약금을 걸게 하면 자신들을 의심하는 것이라 생각해 (고객들도) 싫어할 것"이라며 "가게 입장에서도 고객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하려는 게 아니라, 다들 사정이 있는 걸 아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예약보증금 법제화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권대수 소상공인정책관은 "공정위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바뀌면 진행되는 경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권 정책관도 "예약보증금을 법제화하면 예약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중기부 입장에서는 피해를 줄이는 것만큼, 손님이 많이 와서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남동일 소비자정책과장은 "(예약보증금 법제화에 대해) 계획이 없다. 법으로 소비자들을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남 과장은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행정적 해결기준을 마련하고 최근 개정했는데, 법제화까지 하면 당사자 모두가 불편해질 수 있다"며 "'노쇼' 문제는 예약 문화와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당사자 간 가이드라인 등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예약금을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을 때 예약보증금을 강제하면 소상공인들에겐 좋은 일"이라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걸린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어 "예약보증금이 강제화되면 고객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예약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캠페인을 벌인 바 있지만, 정부에서도 대국민 홍보 예산을 책정해 '노쇼를 하면 안된다, 예약보증금을 걸자'는 식으로 사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인식을 전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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