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무엇이 피해 키웠나?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6 17:50

수정 2018.01.26 22:25

평소 화재대피훈련 무용지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아닌 병원건물
중앙계단타고 윗층으로 연기 확산
대부분 연기에 의한 질식사
발화지점은 응급실, 경찰 현장감식 중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 통로인 중앙계단이 막히자 구조대원들이 입원환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설치한 대피도구가 창문에 걸려있다.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 통로인 중앙계단이 막히자 구조대원들이 입원환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설치한 대피도구가 창문에 걸려있다.

【밀양=최수상 기자】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사망자 37명을 포함한 1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당직 의사 1명, 간호사 1명, 조무사 1명도 포함됐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이처럼 큰 희생자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사망자 대부분은 중환자와 70대 이상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로 파악됐다. 숨진 희생자는 모두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환자를 구조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논란도 일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원인을 조사중인 경찰 과학수사대원들. 이날 세종병원 화재는 37명이 사망하고 131명이 부상을 입는 큰 피해를 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원인을 조사중인 경찰 과학수사대원들. 이날 세종병원 화재는 37명이 사망하고 131명이 부상을 입는 큰 피해를 냈다.


■ 평소 화재대비 훈련 무용지물...스프링클러 없어
송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은 “마지막 소방점검은 일정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고 화재 당시에는 비치된 소화기 등이 모두 진화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 “평소에 화재를 대비해 매뉴얼에 따른 대피훈련도 실시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화재는 그동안의 화재훈련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1층을 모두 태웠고 2층으로 이어지는 중앙계단까지 번져나갔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 진화가 불가능했다.

밀양소방서는 세종병원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관련 법률이 정한 면적을 갖추지 못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하층이나, 무창층, 4층 이상의 중에서 한 층의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일 경우 스프링클러를 갖춰야 하지만 세종병원은 바닥면적은 22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 또 필로티 구조? 연기 빠르게 위층으로 확산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2층으로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 화염은 진화했지만 연기는 막지 못해 질식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직후 입원환자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은 있었지만 최고 95세의 노인이 3명에 이르는 등 대부분 80세 안팎의 노령이었고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다보니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처럼 중앙계단을 통해 연기가 빠르게 내부로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구조과정 중 환자 3~5명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구조를 이유로 호흡기가 제거됐을 가능성이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신속히 구조하는 데 치중하다니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첫 발화는 응급실...인근 엘리베이터 화염 덮쳐
화재 발생 후 1층에 근무하던 남자 의사가 현장에서 숨지고 1층 엘리베이터 안에서 6명이 연기에 질식돼 쓰러져진 채 발견됐다. 숨진 남자의사는 응급실 의사였고, 엘리베이터도 응급실과 연결돼 있었다.

화재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발화지점을 응급실 인근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현재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재원인과 관련해 송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은 “응급실에는 난로는 없었고 응급실 천장에서 불꽃이 튀다가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당직 간호사와 원무과 직원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간호사들이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불길이 치솟아 뛰쳐나갔다”고 진술함에 따라 누전이나 전열기 과열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
방화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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