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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가족이다] "급만남 대신 진정한 만남 원합니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6:39

수정 2018.01.22 16:40

fn-동물복지 국회포럼 공동 연중캠페인
4.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닙니다 (5) 동물보호법 제대로 운영을
5년전 반려동물 택배 판매 금지.. 반면 온라인 판매 창구는 열려있어
27년전 동물보호법 만들었지만 동물학대 징역형은 '0건'
있으나마나한 법조차 안 지키고 관리 안되는 상황선 동물권도 없어
A씨는 지난해 강아지를 인터넷으로 분양받은 뒤 택배로 받았는데 택배상자를 열었더니 강아지가 죽어 있었다.

박스 안은 강아지의 배설물로 엉망이었고 얼마나 나가고 싶었던지 상자 곳곳에는 긁어댄 자국으로 가득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택배로 보내고 받은 것도 기가 막히는 데 더 가관인 것은

"죽은 동물을 보내면 새로운 동물로 바꿔주겠다"는 업자의 답변이었다.

당시 SNS를 달궜던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의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동물반려인 1000만명 시대라지만 동물의 권리는 여전히 그늘 속에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족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가족을 입양한다고 생각하면 쇼핑하듯 동물을 살 수는 없다. 손쉽게 팔고 사는 것 자체가 동물의 생명을 하찮다고 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처벌강화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허점은

오는 3월이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우리 삶에 반영될 채비를 마쳤다.최근 몇년간 심각한 동물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우선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정의가 보다 확대됐다. 동물을 죽이는 것 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상해를 비롯해 상해의 증거가 남지 않아도 신체적 고통을 준다면 동물 학대로 인정된다. 또 유실.유기 동물이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에 대해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동물을 포획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수준은 2배 강화됐다. 동물 학대로 기소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상습적으로 위반하면 가중 처벌되며, 동물을 유기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강아지 공장'과 같은 동물생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뀐다. 허가가 취소된 지 1년 안에는 같은 업종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또 보호자의 동물 관리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포상금제도 실시된다.

개정안은 동물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진일보했지만 마냥 박수를 보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면서도 혹서기, 혹한기, 강제급여 만으로 한정한 학대 관련도 그렇지만 동물 판매로 그 범위를 한정해도 허점은 많이 보인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상임대표는 "개정안에 따라 하위법령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이 오히려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법에 위임한 조항에도 못미치는 그런 있으나 마나한 법을 만들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동물매매 계약서에 동물생산번호 기재, 동물 판매 때 등록 의무화 실시 등이 있다. 조 대표는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됐지만 불법 '강아지 공장'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에게 줘야 할 문서에 판매자의 등록번호나 동물생산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이게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알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허가제 취지가 잘 지켜지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판매를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의 고통의 주범 '뜬장'의 경우 신설은 금지했지만 기존 것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보완해야 할 것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사회적 인식 변화 언제쯤...솜방망이 처벌 개선되야

법이 촘촘해도 실제로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앞의 '강아지 택배' 사건도 현행법상 분명히 불법이다. 반려동물 택배를 규제하는 법안은 이미 5년 전에 발효됐다. 법에서는 반려동물 판매는 판매자가 직접 구매자에게 전달하거나 허가받은 동물 운송업자가 대행해야 한다. 법을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로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동물 택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비단 강아지 뿐일까. 햄스터, 기니피그, 새 종류 등은 그 크기 때문에 페트병에 담겨 운반되기도 한다. 과태료의 위험을 무릅쓰고 택배를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편리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 전달하거나, 동물운송업자에게 배송을 맡기는 것보다 흔한 퀵서비스나 택배를 이용하는 것이 싸고 편리한 것은 누가봐도 명백하다. 여기에 판매자가 박스 위에 '개.고양이' 등 동물로 표기하지 않는 이상 적발 자체도 힘들다. 동물 택배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합법적으로 온라인 판매 창구를 열어두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동물 학대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 동물학대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없다. 동물학대의 경우 최고 10년 징역형, 약육권 박탈, 신상정보 공개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 미국과 비교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다.

'펫숍'에서 손쉽게 사 온 동물은 또 쉽게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서 주인에게 버려지는 동물은 연간 9만여 마리다. 거리를 떠도는 이 동물들은 구조되더라도 10마리 중 2마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 처리된다.


이 때문에 규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경 대표는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본다면 쉽게 사서 학대하고 버리지 못한다.
점진적으로 판매에서 입양으로 인식을 바꾸고,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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