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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G 상용화 앞두고 불거진 망중립성 폐기 논란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1 15:56

수정 2018.01.21 15:56

통신사 “데이터 트래픽 공동부담” VS 인터넷 “생태계 발전 저해 우려”
차세대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인 5세대(5G) 이동통신 조기 상용화를 앞두고 망중립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규모 5G 설비투자를 앞둔 통신업계의 ‘투자비용 공동부담론’과 자율 기반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정면에 내세운 플랫폼 사업자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체 간 이해관계에 앞서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통사 "경제적 트래픽 관리 필요"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망중립성과 관련, 특정 이용자나 콘텐츠 및 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지연시키는 기술적 측면의 트래픽 관리는 지양해야 한다는 점에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A 통신사가 B 플랫폼 사업자의 서비스 속도를 지연시킬 경우, 피해를 본 소비자 등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A 통신사이기 때문에 통신업계 역시 기술적 측면의 망중립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반면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 과부하와 5G 네트워크 투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특정 플랫폼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경제적 트래픽 관리’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통신업계 중론이다.
특히 이동통신3사는 5G 조기 상용화와 맞물려 ‘제로 레이팅’부터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자 입장에선 제로 레이팅이 적용된 서비스를 이용하면 데이터 비용 부담이 사라진다. 이용자 대신 해당 통신사나 콘텐츠 제공업체(CP)가 해당 데이터 비용을 이통사에게 지불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네이버나 구글, 유튜브 등은 검색광고나 모바일 동영상 재생 초기 광고노출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지만, 해당 데이터 요금은 이용자가 부담하고 있다. 또 고화질 동영상이 실시간 재생되기 위해선 이통3사의 막대한 네트워크가 뒷받침돼야 한다. CP 등 플랫폼 사업자를 둘러싼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망중립성 논란 속에 국내 포털이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 및 네트워크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해외 기업의 무임승차가 지속되면 네트워크 사업자의 투자 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기존의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한 것도 현지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 목표에서 비롯됐다.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와 인터넷 업계가 망 이용료를 분담해 일반 소비자 요금을 낮춰 편익을 줄 수 있음에도 망중립성 때문에 제로 레이팅 활성화를 위한 사업자 간 제휴가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 5G 상용화를 기점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실감형 미디어를 비롯 커넥티드카, 스마트홈,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막대한 데이터를 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플랫폼 사업자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통신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은 자신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망중립성은 강하게 외치지만, 앱 중립성, 검색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 등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면서 자사에게 유리한 형태로 콘텐츠 배치에 차별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콘텐츠 없는 망 무용지물"
이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들은 정반대로 반박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지금 집집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다 이용하고 있는데, 그들이 그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는 이유는 네이버나 카카오, 각종 스타트업들의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함"이라며 "인터넷 사업자들이 만든 콘텐츠 서비스가 없다면 통신사들이 어떻게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팔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미 통신사들의 망 사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인터넷 사업자 덕분에 통신사들이 망 사업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사업자들은 망 이용대가로 통신사들에게 비용도 지불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에만 망 사용료로 734억원을 지불했다.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제로레이팅' 역시 인터넷 사업자들은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료를 인터넷 사업자들이 대신 내주는 개념인데, 이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과 같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통신사들이 자사나 계열사 콘텐츠를 제로레이팅으로 제공하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계열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시장을 장악한 거대 기업이 신규 경쟁자인 스타트업을 막기 위한 공세를 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 사업자들은 최근 망중립성 완화, 제로레이팅 활성화,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등과 같은 이슈가 불거지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가 통신사들에게 요금인하를 압박하자, 통신사들이 탈출구로 인터넷 사업자에게 요금인하 부담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기본요금 1만1000원 인하 등의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망중립성, 제로레이팅 활성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의무 강화 등과 같은 이슈가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단순히 통신사가 힘드니까 인터넷 사업자도 도와야 한다는 시각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산업 생태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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