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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오늘밤 만나러 갈까, 인천 등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19:50

수정 2018.01.18 19:52

인천으로 떠나는 등대여행
최초의 등불, 백년의 사랑 팔미도 등대
친구처럼, 연인처럼 월미도 등대
가장 먼 곳에서 빛나는 사랑 소청도 등대
월미도 앞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방파제 길을 따라 3분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월미도 등대
월미도 앞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방파제 길을 따라 3분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월미도 등대

'파도가 지나간 자리'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M L 스테드먼의 베스트셀러 '바다 사이 등대'에선 주인공 남녀의 절절한 사랑이 등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을 밝히는 등대의 특성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랑'의 코드로 우리 삶에 녹아들어 왔다. 그렇다면 잔잔한 서해와 뜨거운 낙조를 한 몸에 안은 인천의 등대에는 어떤 사랑이 숨어 있을까. 서울에서 하루 또는 반나절 일정으로 찾아볼 수 있는 등대 3곳을 소개한다.

최초의 등불, 백년의 사랑 팔미도 등대
[yes+ 레저] 오늘밤 만나러 갈까, 인천 등대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15.7㎞, 연안부두에서 13.5㎞ 떨어진 곳에 팔미도가 있다. 팔미도라는 이름은 여덟 팔자(八)에 꼬리 미자(尾)를 써서 섬의 모양이 여덟팔자처럼 양쪽으로 뻗어 내린 꼬리와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이 많이 들어오는 만조시에는 갯바위 섬과 나뉘어 섬이 2개가 되고 물이 빠지는 간조시엔 하나로 연결되는 신비의 섬이다.
팔미도는 바위섬으로 해변 경관이 좋고 무엇보다도 100여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자연경관 보존상태가 좋다. 예로부터 낙조에 돌아드는 범선의 자취가 아름다워 '팔미귀선'이라고 불리며 인천팔경의 하나로 꼽혔으며 정철의 관동별곡에서도 팔미도의 일몰이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팔미도 등대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8㎞ 떨어진 팔미도의 해발 71m 정상에 서 있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팔미도 등대의 등대지기들이 피난을 가지 않고 등명기를 직접 손으로 돌려 위치를 알려준 헌신으로 상륙작전 성공에 큰 공헌을 했고,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등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현재 인천시 지방문화재 40호로 보존돼 있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월미도 등대
[yes+ 레저] 오늘밤 만나러 갈까, 인천 등대

월미도는 효종 4년(1653년)에 월미도에 행궁을 설치했다는 기록 외에는 조선조 말기까지 역사에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행궁의 위치는 동쪽 해안에 있던 임해사터라고 되어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가 월미도 유원지의 전성기였다.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월미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다.

1989년 7월 문화의 거리가 조성된 이래 문화예술의 장, 만남과 교환의 장 그리고 공연놀이 마당 등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월미도는 인천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인천 앞바다 1㎞ 거리에 떠있는 둘레 4㎞의 월미도는 휴식 공간으로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사랑의 시작은 다양한 스토리와 유형이 있게 마련이다. 그 중 가장 이루기 어려우면서도 로맨틱한 사랑은 어쩌면 늘 가까이 존재하던 친구에게서 문득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친구처럼, 연인처럼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숨 쉬어 온 등대가 여기에도 있다. 월미도 앞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방파제 길을 따라 3분정도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인천항 갑문 북방파제 등대가 그 주인공이다.

월미도 등대는 높이 9m에 불과한 아담한 크기로, 이름에서 보여주듯 인천항 갑문의 북쪽에서 월미도 앞바다를 향해 초록빛의 등불을 밝히며 인천항을 오가는 선박들을 돕고 있다.

가장 먼 곳에서 빛나는 사랑 소청도 등대
[yes+ 레저] 오늘밤 만나러 갈까, 인천 등대


옹진군에 속하는 소청도는 한때 '푸른 섬'이라는 뜻의 청도(靑島)로도 불렸던 섬이다. 섬의 서쪽 끝 해안절벽 83m 고지에 서 있는 새하얀 소청도 등대는 대한민국 서해안의 최북단에 위치해 육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등대로 기록돼 있다.

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설치된 소청도 등대는 촛불 15만개를 동시에 켠 것과 같은 밝기로 광채를 발하며 백 년 동안 쉬지 않고 돌고 있다. 헤어짐의 아픔을 지닌 해상 휴전선 주위를 지나는 뱃사람들은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 불빛에 의지해 길을 잃지 않았다. 1908년 점등부터 빛을 밝힌 소청도 등대의 등명기는 대한민국 현역등대로는 가장 오래 됐다.


등대를 향한 코스는 소청도의 예동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자연환경과 오밀조밀한 마을의 이목구비를 즐기며 천천히 걷다보면 약 1시간30분 만에 등대에 도착할 수 있다.
뻥 뚫린 청정대해와 저 멀리 백령도까지 내다보이는 천혜의 자연경관은 일생에 잊을 수 없는 한순간을 제공한다. 백년동안 꺼지지 않은 등불 아래서 내 곁을 지키는 동반자와 영원한 백년해로를 약속하며 시간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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