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취임 1년] 美 의존 줄여나가는 신흥국, 새 무역 파트너 찾는중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17:40

수정 2018.01.18 17:40

신흥국 무역 판도는.. 트럼프 '계산서' 요구에 각국 무역 다각화 움직임
캐나다-EU,아세안-홍콩, 미국 없이 살길 모색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새 친구'를 찾기 위해 바쁜 1년을 보냈다. 국제무역에서 '반장' 역할을 하던 미국이 완장을 내려놓고 세계 각국에 계산서를 요구했기 때문인데 그 결과 신흥시장 각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만들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전반에 나타났다. 당선 전부터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을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고 양국은 마침내 이달 5일(이하 현지시간) 1차 개정협상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17일에도 한국산 세탁기를 지적하며 한국이 미국 산업을 파괴하고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미 지난해 11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마련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일방적으로 다자 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낭패를 당했다.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 정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압박에 벌써 5차례나 미국과 만나 재협상 논의를 벌였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유무역의 상징이자 1995년 미국 주도로 세워진 세계무역기구(WTO)를 공격하면서 WTO 체제가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다면 탈퇴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신흥시장에서는 미국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무역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한국이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무역 상대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포함한 TPP 11개 회원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없이 TPP를 출범시키며 다자 간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달 아세안은 홍콩과 FTA를 체결하면서 미국식 보호무역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NAFTA로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캐나다도 지난해 9월 유럽연합(EU)과 FTA를 발효했고 남미 4개국이 참여하는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 역시 EU와 FTA 체결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지난달 발표에서 메르코수르와 FTA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포함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멕시코도 EU와 FTA 협상에 들어갔다.


한편 신흥시장 증시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록적 상승세를 기록했다. 현지 증시를 추적하는 MSCI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32% 상승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신흥시장 채권과 증시가 올해도 선진국보다 호황을 기록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둔화가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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