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盧' 터치에 감정선 드러낸 文대통령… MB 포토라인 서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17:33

수정 2018.01.18 21:56

격노한 文대통령 감정 드러낸 건 이례적… 정국경색 수순
정치권 “정권의 무리한 수사 대목이 ‘역린’ 건드려” 분석
전전정권 vs. 현정권 정면충돌… MB 수사 탄력 받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격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8일 오전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전한 문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검찰 수사를 가리켜 "적폐청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분노'라는 단어를 사용해 감정을 드러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전현정권간 정면 충돌로 판이 커지면서 정국 경색 조짐마저 일고 있다.


■靑 여과없이 공개한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한 대응은 이날 오전 8시10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도 가장 큰 논의 주제였다.

전날 이 전 대통령 기자회견 시점부터 이날 오전까지 청와대는 밖으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으나 내부적으로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다. 오전 9시 10분 임 실장 등 주요 참모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문 대통령 주재 티타임에선 전에없이 노기 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고, 청와대는 이를 여과없이 즉각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발언에 이어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분노'의 포인트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인지, 정치보복인지이 대해 청와대 측은 "법질서 측면은 물론 개인적인 상당한 분노와 불쾌도 있을 것"이라며 "그 분노가 개인적인 것에 머물면 안 되고,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정치보복, 즉 '정권에 의한 무리한 검찰수사'라는 대목이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물론 '친노무현(친노)'계를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의 배경에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검찰수사가 있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정치보복성 검찰수사를 언급하자, 참기 힘든 모욕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에서 검찰수사를 받을 때 비교적 '인내'했던 것에 대한 후회도 이번 입장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에 "대통령과 우리는 그때 엄청나게 인내하면서 대응했다"며 "그 일을 겪고 보니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국민통합'의 시계를 뒤로 미뤄서라도 청산할 건 청산하고 넘어가겠다는 게 현재 청와대의 확고한 기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게 국민통합은 아니다"며 "적어도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국민이 불안해할 얘기를 일방에서 쏟아내는데 정부를 책임진다는 책임감만으로 언제까지 인내만 하라는 것은 또 다른 무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의 반박으로 국민 편 가름 현상이 심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정부를 책임지는 책임감 때문에 인내해왔고, 그러나 이제 금도를 넘어 더 인내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MB 정조준 검찰수사 칼끝

청와대로서는 다만 문 대통령의 언급이 마치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거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으나 검찰수사에 대한 전직 대통령의 비판을 현직 대통령이 반박에 나선 모양새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과거 정권을 향한 수사는 한층 탄력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트라인에 서는 장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측은 "청와대나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라는 게 국민 명령"이라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고 만들어준 정부는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꼼수는 안 쓴다"고 반박했다.

특히 야당과 충돌도 불가피해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같은 그런 말씀을 대통령이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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