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컬처] 러시아의 냉정과 열정이 찾아온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8 20:42

수정 2017.12.28 20:42

신년 뮤지컬에 '러시아 바람'
톨스토이 명작 '안나 카레니나' 여주인공에 옥주현.정선아 캐스팅
사랑의 대서사시 '닥터 지바고' 대본.음악 수정 거쳐 새롭게 변신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는 두가지 버전으로 각각 무대 올라
뮤지컬 '닥터지바고' (2012년 초연)
뮤지컬 '닥터지바고' (2012년 초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안나 역의 옥주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안나 역의 옥주현

뮤지컬 '카라마조프'
뮤지컬 '카라마조프'

북극 한파가 남하해 러시아보다 더 춥다는 이례적인 올 겨울 날씨 때문일까. 신년 뮤지컬 공연장에는 러시아 바람이 불 예정이다.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내년 1~2월 뮤지컬로 찾아온다.

■'안나 카레니나' 매혹적 뮤지컬로 탄생

먼저 톨스토이의 명작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가 관객들을 찾는다.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49세에 집필을 마무리한 작품으로 진실한 사랑과 예술, 종교, 죽음 등 그의 삶과 가치관을 쏟아부어 완성한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러시아 사교계를 배경으로 인간 본연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 도스토옙스키로부터 '완전무결한 작품'이라고 불린 '안나 카레니나'는 당시 러시아 귀족사회의 제도, 연애 등의 소재로 인간 행복의 본질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150명에 달하는 치밀하고 촘촘한 캐릭터와 세밀하게 그려낸 러시아 상류사회의 모습을 담은 '안나 카레니나'는 문학을 비롯해 영화,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재해석됐다.
지난달에는 국립발레단이 신작으로 선보인 바 있다.

내년 1월 10일부터 2월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 프로덕션인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의 세번째 흥행작으로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된다. 러시아 4대 음유시인으로 손꼽히는 율리 킴이 쓴 가사에 알리나 체비크(연출), 이리나 코르네예바(안무) 등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참여한 이번 작품에는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이자 연출가로 활약하고 있는 박칼린이 협력연출 겸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배우 라인업도 탄탄하다. 주인공 안나 역에는 옥주현과 정선아가 캐스팅됐다. 매력적인 외모의 전도유망한 젊은 장교로 안나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브론스키 역에는 이지훈과 민우혁, 러시아 정계의 고위 관료로 사회적 명예와 평판을 중시하는 안나의 남편 카레닌 역은 서범석이 차지했다.

■6년 만에 돌아온 '닥터 지바고'

2월에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6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난다. 러시아 혁명기 의사이자 시인인 지바고와 당돌하고 매력적인 여성 라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닥터 지바고'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이후 영화로도 만들어져 미국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휩쓴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2년 조승우, 홍광호 등 화려한 캐스트로 뮤지컬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초연 이후 6년 만의 귀환으로 이전과는 또 다른 프로덕션으로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2012년 초연 당시 기하학적 무늬의 패턴과 경사진 무대 등 무대 미학적으로 시대가 갖는 무거움을 표현하려 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지바고와 그의 연인 라라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데 더욱 초점을 맞췄다.

대본도 전면 수정될 예정이다. 러시아의 광활한 설원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지바고가 남긴 유고시들이 작곡가 루시 사이먼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 사랑의 노래로 탈바꿈한다. 현재 지바고 역에는 뮤지컬 '벤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박은태가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광활한 설원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의 대서사시를 담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내년 2월 말부터 5월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두가지 버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톨스토이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각색한 뮤지컬 두 편도 올 겨울 무대에 오른다. 먼저 오는 1월 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가 초연된다. 이 작품은 지난해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공모전을 거쳐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면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았다. 러시아어로 '검은 얼룩'이라는 뜻의 '카라마조프'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검은 얼룩을 과연 씻을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아버지 존속살해 재판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풀어냈다. 주배경이 되는 재판장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놓고 여러 인물들의 증언들이 오가면서 수시로 과거를 재현해 누가 진짜 범인인가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번 작품에선 JTBC '팬텀싱어2'에서 가창력을 인정받은 이정수가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표도르로 분할 예정이다. 또 그루샤 역은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김히어라가 맡는다.


또 다른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내년 2월 10일부터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김경주(대본), 이진욱(작곡), 오세혁 (연출)이 의기투합한 이 작품은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축약해 아버지 살인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의 심리를 중심으로 인간 내면에 숨겨진 모순과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아버지 표도르 역에는 배우 김주호와 심재현이 더블 캐스팅됐고, 아버지로부터 방탕함과 호색한 기질을 물려받았지만 사랑에 대한 지고지순한 순정을 갖춘 큰아들 드미트리 역은 조풍래와 김보강이 맡았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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