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28년전 첫아이 잃어버린 부부 "다시 만날날 기다려"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20:15

수정 2017.12.11 20:15

1989년 익산서 2세 이명화군 실종.. 당시 빨강 점퍼에 노랑 운동화 차림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왔으면"
[잃어버린 가족찾기] 28년전 첫아이 잃어버린 부부 "다시 만날날 기다려"

1989년 전북 익산에서 2세 남자아이가 사라졌다. 아이의 어머니 김모씨 부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찾기 위해 애썼으나 어디에도 흔적은 없었다. 28년이 지났어도 김씨는 여전히 하늘에 기도하며 아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11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이명화군(사진)은 전북 익산시 인화동(구 동산동)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초등학생인 고모와 함께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이 화목했던 김씨 가정에 불행이 닥친 것은 1989년 12월 1일. 할머니는 당시 2세이던 이군을 데리고 이웃 잔칫집에 다녀왔다. 오후 4~5시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갔다.
요리를 하며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할머니는 문득 손자가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놀란 할머니는 곧바로 이군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전화했고, 아이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김씨는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 이군이 살던 곳은 시내와 떨어진 곳이라 주변에는 주로 논뿐이었다. 작은 마을이라 이웃들도 서로 얼굴을 알고 지냈다. 하지만 당시 빨간색 점퍼를 입고 노란색 운동화를 신고 있던 이군을 봤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았던 김씨는 외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김씨는 "명화가 또래 아이들보다 잘 걸었고 집 근처 언덕에서 자전거도 잘 탔었다"며 "그날 동네 사람들이 헤매고 있는 명화를 봤다면 분명 집으로 돌려보냈을 것인데 명화를 봤다는 이웃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실종은 김씨 부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다. 부부는 소중한 외아들을 찾기 위해 차량에 현수막을 달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아들과 관련한 제보는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신문에 사연이 실리면 아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언론사 기자를 만나 통사정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아들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이후 부부에게는 아이 둘이 더 생겼다. 1남 1녀로, 명화군에게는 남동생과 여동생이었다.
그래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은 가시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머지 아이 둘이 성인이 됐지만 허전함은 여전했고, 김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간절히 기도하며 지내고 있다.


김씨는 "신앙의 힘으로 모든 가족이 함께 행복한 날을 그리며 기도하며 지내고 있다"며 "소중한 첫아들이자 외아들인 명화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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