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지역 건설경기 '찬바람' 분다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20:05

수정 2020.04.25 13:29

미분양 주택 수 10월 기준 1056호로 1000호 넘어서 민간부문 수요 위축 등 원인
【제주=좌승훈기자】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36호의 타운하우스를 짓기로 했던 서울의 S사는 지난 6월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분양 대행사를 정하고 분양 홍보물 제작까지 맡긴 상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제주지역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분양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제주시 삼도2동에 10충 오피스텔을 추진하던 M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1280억원을 들여 콘도미니엄(152실)과 컨벤션 등의 휴양문화시설을 추진하던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Y사는 2016년 1월 제주도로부터 사업시행 승인을 받았으나, 같은 해 10월 이후 중국에서 자금 조달이 안 돼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해 12월 779억원의 리조트 신축 공사 계약을 맺은 국내 중견의 K사가 지금까지 공사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제주지역 건설경기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내·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다른 지방 주민들의 이주 바람, 제주영어교육도시 건설.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등의 호재를 타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던 제주지역 건설시장에 한랭전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1056호로, 1000호를 넘어섰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지난 9월 말 494호이던 것이 10월 말은 580호로, 500호를 넘어섰다. 주택사업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30호 미만의 다세대·연립·아파트를 포함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행사가 임직원 또는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대물 물량도 있다.

건설사 실적도 뚝 떨어졌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가 도내 287개 회원 업체를 대상으로 신규 공사 계약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올 들어 10월 말까지 6221억원(524건)을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949억원 보다 43%나 감소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민간부문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 4%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민간부문은 2364억원(1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245억원(212건)에 비해 67%나 격감했다.

한때 월 평균 200%를 넘기기도 했던 제주 토지경매시장도 낙찰가율이 60%대로 추락했다. 법원 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의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제주 토지 경매는 78건이 진행돼 35건이 낙찰됐다. 평균 낙찰가율은 60.7%다. 지난 2012년 2월 60.3%를 기록한 후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다. 제주도는 각종 개발바람을 타고 제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지난 2015년 12월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 일각에선 정부·지자체의 부동산 대책과 대출 규제, 금리 상승까지 겹쳐 향후 민간부문 건설시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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