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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3-5-10' 1년2개월 만에 깨졌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18:04

수정 2017.12.11 18:04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열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3(음식물)·5(선물)·10(경조사) 규정'을 개정했다. 찬반 표결이 아닌 위원 합의로 '3·10(농수축산품 이외 5만원 유지)·5'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전원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열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3(음식물)·5(선물)·10(경조사) 규정'을 개정했다. 찬반 표결이 아닌 위원 합의로 '3·10(농수축산품 이외 5만원 유지)·5'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전원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른 선물 상한액이 농축수산품에 한해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아진다. 대신 경조사비는 현금 기준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아진다. 식사비(음식물)는 현행 3만원 그대로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3·5·10 규정'을 이같이 개정했다.

이번 '3·5·10 규정' 완화에 따라 내수 불황에 위축된 농축수산업계가 정부가 기대한 대로 실질적인 수혜가 확인될 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정부가 농축수산품에 한해 부정청탁금지법 예외로 인정함에 따라 다른 연관 업종도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식업, 화훼업자, 수입업자 등 이해당사자들도 '형평성'을 명분으로 상한액 완화 및 예외조항을 허용해 달라는 잇따라 요구할 경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는 세종정부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 이른바 '3·5·10'을 규정을 '3·10(농수축산품 이외 5만원 유지)·5'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27일 전원위원회와 달리 찬반 표결하지 않고, 위원들의 합의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전원위원회 회의에는 박은정 권익위원장 등 정부위원 6명과 외부위원 7명 등 총 13명이 참석했다. 외부위원 1명은 불참했다. 전원위원회 정원은 15명(1명 공석)이다. 과반 이상 출석해 과반 이상 찬성땐 가결된다. 하지만 권익위는 찬반 표결에 따른 불필요한 여러 논란을 고려해 합의 방식으로 처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전원위는 박은정 권익위원장과 외부 위원 1명이 불참해 총 12명이 참석했었다. 당시 찬성 6명·반대 5명·기권 1명으로 안건이 부결됐었다.

이번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지난번에 부결된 이후 같은 안건을 놓고 회의를 다시 열어 통과시킨 것이다. 당시 전원회의에 올린 개정안과 사실상 동일하다. 선물비 상한액 인상에서 논란이 됐던 농축수산물인 가공품의 원·재료 비중에 대해선 '50% 이상' 가공품으로 한정했다.

선물 상한액을 높이는 대신 경조사비는 현금 5만원으로 낮추는데, 화환(결혼식·장례식)은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화환이 포함될 경우엔 10만원 내에서 경조사비를 제공할 수 있다. 논란이 컸던 음식물(식사) 비용은 상한액 3만원을 그대로 뒀다.

이날 권익위는 전원위에서 시행령 일부 개정을 하면서 "부정청탁금지법의 본질적인 취지 및 내용을 완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안정적 정착 시까지는 금품 등 수수금지에 대한 예외인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 가액의 추가적인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타 입장을 밝혔다.

지난번 전원위원회에선 "농축수산품 가공품의 경우 선물비 상한액 규정이 애매하다"며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 위원들의 반대표가 많았었다. 특히 정부 관료가 아닌, 외부 위원들은 상한액 허용범위 불확실성, 줄줄이 제기될 개정 요구 등을 우려해 3·5·10 규정 개정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는 그동안 '3·5·10 규정' 개정 의지를 여러차례 밝히며, 주무부처인 권익위를 압박했다. 이 총리는 "늦어도 (2018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번 권익위에서 개정안이 부결되자 "설 전에 개정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재상정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정부는 개정안이 관철될 때까지 재차 상정한다는 방침이었다. 1차 부결이후, 그간 정부는 의결권을 가진 외부위원들을 설득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시행(2016년 9월28일) 1년2개월 정도됐다. 이를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로 개정한다는 데 상당수 국민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법 시행 이후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과 과도한 접대문화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에 공감하고 있다. 실제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또한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2015년(58%) 이후 상승(2016년 10월 71%, 12월 85%)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여러 유관 경제연구조직에서 법이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과장되게 전망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정부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입법예고,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내년 설(2월16일) 이전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권익위는 3·5·10 규정' 개정을 포함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변화와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12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공개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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