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호출해도 기약없는 장애인콜택시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17:52

수정 2017.12.11 20:55

1급 장애인 오후 3시에 호출.. 밤 11시 넘도록 택시 안와
지자체 법정기준 운영하지만 현실 반영못해 장애인 고통
한 장애인이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에 승차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제공
한 장애인이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에 승차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제공

뇌병변.지체장애 1급인 김탄진씨(50)는 최근 같은 장애를 가진 아내 장애경씨(49)와 장애인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김씨 부부는 행사가 끝난 오후 3시께 '장애인콜택시'를 호출했으나 대기시간이 길어져 밤 11시가 넘도록 차량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전동휠체어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김씨 부부는 '추운 바닥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나' 싶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마련한 장애인전용 콜택시의 '법정기준 운영 대수 충족'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차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장애인 및 관련 단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법정기준 대비 장애인콜택시 보급률은 전국 평균 103%를 웃돌지만 법정기준 자체가 낮아 새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 기다리다 치료 놓치고 퇴근도 못해"

김씨 부부는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한 장애복지시설에서 인연을 맺은 시설커플이다. 한 집에 살면서 같은 학교를 다니고 참여하는 모임이나 행사도 비슷하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함께 집을 나서기도, 들어오기도 어렵다. 콜택시를 2대 불러도 한 대만 먼저 도착하고 다른 한 대는 1~2시간 후에야 도착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다. 택시를 잡기 어렵다보니 장씨는 "소풍갈 때 운 좋게 택시 잡고 먼저 도착해도 남편이 올 때까지 2시간 이상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바쁘게 출퇴근하는 다른 장애인들도 콜택시를 이용하지만 기다리기 일쑤다. 한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한 박모씨는 택시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퇴근하고도 2시간 동안 회사에 있다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1주일에 택시가 제대로 오는 날이 없다"며 "오늘도 내가 장애인이어서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치료를 받기 위해 콜택시를 불러도 치료시간 이후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 간병인 김나라씨(49)는 "치료시간에 많이 늦으면 아예 해당 주에는 치료를 못 받는 것"이라며 "병원 가는 장애인에게 우선 배차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이용자가 많아 결국 선착순 배차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장애인 맞춘 택시 기준 적용은 문제

현행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상 시.도 지자체는 1.2급 장애인 200명당 장애인콜택시(특별교통수단) 1대를 운영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도, 경북도, 전남도, 충남.북도를 제외한 12곳은 법정기준을 충족하거나 초과했다. 장애인이 가장 많은 서울시(8만6241명) 보급률은 101%다.

그러나 법정기준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실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배차간격도 길어지고 이용하기 어렵다"면서 "법정기준을 장애인 150명당 차량 1대 이상으로 규정, 증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명당 1대'라는 법정기준은 장애인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비장애인들이 타고 다니는 일반택시 인허가 기준에 따라 정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 교통안전복지과 관계자는 "2010년 6월 법정기준 수정 당시 인구 200명당 1대 수준으로 택시를 인허가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법정대수를 넘는 초과분은 국토부 지원을 받기 어려워 증차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설공단은 "법정대수를 초과하면 국토부 지원 없이 지자체 예산으로 증차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증차는 어렵다"고 전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현재 법정기준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다른 교통편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정해졌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며 "법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차량이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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