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과징금 중복처분한 공정위에 … 법원, 무효 판결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17:12

수정 2017.12.11 17:12

제지업계 담합 과징금 부과.. 산정은 통합하고 의결은 2건
업체, 불복 소송서 승소.. 공정위, 감경사유 반영 안해
법원 "재량권 일탈.남용"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지업체 담합 행위에 중복 과징금 처분을 내린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

업체 측은 중복 처분에 따라 과징금을 중복 부과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1개 처분 취소를 요청했으나 공정위는 '중복 처분은 서류상 나와 있을 뿐 실제로는 하나의 처분만 존재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중복 처분이 위법하다"며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2개 사건 통합했으면서 의결서는 2건

서울고법 행정6부(이동원 부장판사)는 경산제지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골판지 상자의 주재료인 골판지 원지 가격을 담합한 12개 제지사를 상대로 과징금 1184억원을 부과하고 법인 모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업체가 원지의 구성요소인 이면지.골심지와 표면지 가격을 담합해 올렸다는 것이다.
경산제지에는 5억1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당초 공정위는 이면지.골심지와 표면지를 개별사건으로 조사했다. 이면지.골심지의 경우 12개 업체가 담합했고 표면지는 이 중 6개 업체만 담합했기 때문이다. 의결 과정에서 공정위는 "각 회사의 사업성을 유지한다는 단일한 의사와 동일한 목적에서 이뤄졌다"며 과징금 산정을 통합했다.

그러나 과징금 처분은 중복됐다. 공정위가 의결서에서 2개 사건을 합쳤으나 같은 처분의 의결서를 번호만 달리한 채 1건 더 생산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중복 처분된 과징금에 대해 직권취소를 요구했으나 공정위 측은 "담합행위 조사과정에서 의결서가 하나 더 생긴 것일 뿐 과징금 납부 고지서는 하나만 보냈다"며 기각했다. 이에 경산제지는 과징금 불복 소송과 함께 중복 처분된 과징금에 대한 무효 소송을 냈다.

■법원 "두번째 처분 여전히 존재해 위법"

재판 과정에서 공정위는 재판부로부터 중복된 처분에 대해 지적을 받자 태도를 바꿨다. 공정위는 최종 변론 기일 전날인 11월 7일 2개 의결서를 하나로 통합했다. 그러나 업체 측이 요구한 1개 의결서에 대한 직권취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권취소로 인해 자칫 원처분이 무효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정위는 법정에서 2개의 의결서를 통합했지만 여전히 직권취소는 아니라고 해 두번째 처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하나의 위반행위에 대해 같은 내용의 2개 처분이 중복된 만큼 위법하고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해당 처분에서 과징금 산정도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경산제지가 담합에 단순 가담했는데도 과징금 감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경산제지가 담합에 간접 가담해 감경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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