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비트코인 선물거래, 가격조작에 취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10:23

수정 2017.12.11 10:23

암호화폐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됐지만 시장 자체가 미성숙해 가격조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물 가격의 기준이 되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거래소 별로 차이가 나는데다 선물거래소가 일부 비트코인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이같은 가격 조작이 거대 선물 시장을 황폐하게 만들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역으로 비트코인 시장이 막대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미 동부표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사상처음으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됐고, 1주일 뒤인 18일에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도 비트코인 선물이 선을 보이지만 전문가들의 우려는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선물거래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선물 토대가 되는 현물시장이 덜 여물어 언제든 선물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4억7000만달러어치가 넘는 비트코인을 해킹으로 도둑맞은 뒤 망한 바 있고, 돈세탁 범죄 혐의가 드러나 문을 닫은 거래소도 여러 곳이다.

휴스턴대 재무학 교수 크레이그 피롱은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피롱은 "비트코인 현물시장은 미성숙했고, 활발함의 전형이라고 보기가 거의 어렵다"면서 "거대한 선물 계약이 가느다란 작대기 같은 현물시장에 올라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CME와 CBOE가 선물계약을 위해 집계하는 비트코인 가격지수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성이 낮고, 가격 조작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CME는 비트스탬프, GDAX, 이트비트, 크라켄 등 4개 거래소에서 만들어진 일일 가격지수를 토대로 선물 가격을 매기고, CBOE는 윙클보스 형제가 설립한 거래소 제미니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CME가 제휴한 4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물량은 전세계 하루 거래물량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가치로는 전세계 거래금액의 3분의1 수준에 이른다고는 하지만 거래 물량이 거래소 별로 제각각인 비트코인의 전세계 가격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CBOE의 가격지수 산정 모집단은 더 작다. 윙클보스 형제의 제미니 거래규모는 올들어 하루 평균 130만달러 수준이었다. 수십억달러어치가 거래되는 전세계 시장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다.

마음만 먹으면 선물에서 차익을 내기 위해 현물시장에서 얼마든지 가격 조작이 가능한 구조다.

미 상품선물거래소(CFTC)의 감독부문 책임자를 지낸 에이턴 골먼은 "새로운 상품은 초기 단계에서 시장이 작아 조작이 더 쉽다"고 지적했고, 피롱 교수도 "비교적 적은 규모의 매수나 매입으로도 가격을 큰 폭으로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들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CME는 가격지수를 산정할 때 1시간 동안의 현물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비정상적인 가격변동은 산정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비트코인 선물이 흔들리면 비트코인 현물시장은 뿌리부터 뒤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비트코인 옵션 거래소인 렛저X의 폴 추 최고경영자(CEO)는 "선물 거인들의 행보가 주춤거리면 이는 비트코인 현물 시장을 뒤흔드는 대형 위험요인으로 작용해 시장 상황을 수개월 또는 수년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