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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 확산] "1000명이 40% 소유"… 비트코인 큰손 작전에 취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7:33

수정 2017.12.10 21:01

암호화폐 소유집중도 심각.. "작전, 불법 아니다" 주장도
한국 비트코인 급락 무섭게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선물거래에 대한 우려에 당국의 규제도입 소식까지 겹쳐 급락하고 있다. 10일 오후 현재 1비트코인은 1580만~159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이틀 전 2480만원까지 오르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이날 서울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의 시세판. 연합뉴스
한국 비트코인 급락 무섭게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선물거래에 대한 우려에 당국의 규제도입 소식까지 겹쳐 급락하고 있다. 10일 오후 현재 1비트코인은 1580만~159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이틀 전 2480만원까지 오르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이날 서울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의 시세판. 연합뉴스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의 소유집중도가 심각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트코인부터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상당분을 보유한 이른바 '고래'들의 작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가상화폐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비롯해 기업공개(IPO) 초기에는 소유가 집중되는 것이 당연하고, 이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만 비트코인 급등락 배경으로 이들 고래가 지목되면서 당국의 규제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지게 됐다.

AQR 캐피털매니지먼트 이사를 지낸 애런 브라운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약 40%가 1000명에게 집중돼 있다. 브라운은 비트코인 가격이 40시간만에 40% 폭등한 터라 이들 고래가 보유 비트코인의 절반 정도를 팔아치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지난달 12일 비트코인 시장 급변동은 이들 고래 가운데 한 명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따른 것이었다.

큰손 투자자 한 명이 약 2만5000비트코인, 당시 시가로 1억5900만달러어치를 거래소로 옮겼고, 이게 비트코인 대량매물을 뜻하는지 논란이 분분해지면서 시장은 순식간에 요동쳤다.

비트코인은 작전에 매우 취약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담합으로 가격 등락을 좌우할 충분한 힘을 갖고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고래들 상당수가 초창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들로 서로 잘 알고 있고, 이후 주식 대신 암호화폐를 주고 자금을 마련하는 최초화폐공개(ICO) 등에서도 큰 손이었던 터라 언제든 짬짜미를 통해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테트라스 캐피털의 알렉스 서나보그 공동창업자에 따르면 비트코인 후발 주자인 이더리움의 경우 상위 투자자 100명이 전체 이더리움의 40%를 갖고 있고, 그노시스, 큐텀, 스토지 등 이름도 생소한 암호화폐는 이들 100명이 90%를 넘게 갖고 있다.

상위 투자자 100명이 전체 암호화폐의 17.3%를 보유하고 있다.

멀티코인캐피털의 카일 사마니 파트너는 "고래들 수백명이 서로 연락을 할 수 있고, 아마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법무법인 로스앤드슐가의 증권 담당 변호사인 개리 로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니라 가상화폐여서 작전이 불법도 아니다. 일부 그룹이 담합해 수분 안에 가격을 끌어올린 뒤 곧바로 팔기로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유명한 초기 비트코인 투자자인 로저 버는 작전이 실제로 일어났을 수 있다면서 고래들도 자신의 돈으로 원하는 바는 무엇이든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시장의 작전은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시카고대 기금운용 책임자를 지냈던 블록타워캐피털 공동 창업자 아리 폴은 "어떤 자산군에서건 대형 개인투자자, 기관투자가들은 가격을 조작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한다"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경우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인데다 자산이 본질적으로 투기적이어서 조작은 더 극단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고래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의 매매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지만 결국 이들 고래의 숨겨진 계획과 동기는 절대 알아채지 못한채 단물만 빨릴 수 있다는 경고다.


비트코인 전문 변호사인 마틴 머슈킨은 "이 시장에 투명성이란 건 아예 없다"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구체화되는 모든 것들이 공개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채기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블록타워의 폴은 "(IPO) 초기 주식시장이 좋은 비교대상"이라면서 "IPO 때처럼 ICO에서도 창업자와 소수 투자자들이 자산(암호화폐) 상당분을 소유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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