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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끝나는 섀도보팅제… 전자투표 도입하라는 금융당국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7:07

수정 2017.12.10 17:07

"단타주주들이 전자투표 하겠나" 내년 3월 주총대란 불보듯
불안에 떠는 코스닥 기업
주총 의결정족수 못채울경우 감사 선임.감사위 구성 불발
관리종목→퇴출 이어질수도
선진국보다 센 정족수 기준.. 야당서 완화 법안 내놨지만 임시국회서 처리될지 난망
올해로 끝나는 섀도보팅제… 전자투표 도입하라는 금융당국


섀도보팅제가 올해를 끝으로 폐지되면 당장 내년 3월부터 주주총회 대란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현행 상법은 상장사가 발행한 총 주식의 4분의 1 이상을 의결정족수로 규정하고 있다. 내년 3월 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장사가 10곳 중 3곳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의결정족수을 채우지 못해 감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구성을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퇴출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중소형 상장사에는 팽배하다.

금융당국은 섀도보팅제를 더 이상 유예하지 않는 대신 대안으로 전자투표제 도입 독려에 나섰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한국거래소 규정을 고쳐 관리종목 지정을 받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관건은 의결정족수 규정을 완화하는 상법개정안에 달려 있지만 이는 국회 상황상 불확실성이 높고, 같은 이름의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안과 함께 논의 대상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3월에만 주주총회의 80% 이상이 몰리는 '슈퍼 주총'을 분산하고 주주총회 내실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주총 대란' 전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자투표제 활성화 vs. 미봉책"

10일 금융투자업계와 거래소,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섀도보팅제 폐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전자투표제 활성화다. 섀도보팅제는 주주의 무관심 속에 주주총회를 열기 어려워지자 예탁결제원이 참석한 주식수의 찬성·반대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난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주주권 훼손, 의결권 행사 왜곡 등의 부작용이 속출해 지난 2013년 폐지가 결정됐지만 이듬해 주총 대란 우려로 올해 말까지 3년간 유예됐다.

정부와 여당은 섀도보팅제를 더 이상 유예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11일부터 1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섀도보팅제 유예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융위는 이참에 전자투표제 활성화를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장사가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데 문제가 없고, 소액주주 활성화를 통해 대주주의 횡포를 견제하겠다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도 실현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내주 안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관리종목 지정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안을 금융위와 협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된 안은 금융위가 개정을 승인하면 연내에도 가능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외에도 상장사가 주총 소집과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노력을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전자투표 기반은 이미 준비가 됐고, 이를 도입만 하면 간단하고 충분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형 상장사도 할 말은 있다. 코스닥시장 자체가 개인투자자 놀이터로 전락해 있고, 이들은 장기투자가 아니라 이른바 '단타'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코스닥 상장사 소액주주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은 2.2개월로 3개월도 넘기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액주주 활성화와 맞닿은 전자투표 활성화는 섀도보팅제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의결정족수 완화, 주총 내실화 '불투명'

오히려 국내 상법이 규정하는 의결권정족수 기준이 선진국보다 너무 높아 이를 완화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처방책이라고 상장사협의회는 주장한다. 현행 상법은 상장사가 감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구성을 하려면 출석주식수의 과반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의결이 필요하다. 특별결의요건은 출석 3분의 2가 의결해야 하는 등 더 까다롭다.

상장사협의회는 의결정족수인 '일정비율 이상 찬성 요건'을 프랑스, 영국처럼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 개정안을 냈으나 민주당이 수용하기엔 너무 앞서 있다는 평가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의결정족수 비율을 보통 결의는 5분의 1, 특별 결의는 4분의 1로 각각 낮추는 개정안을 냈고, 이는 좀 더 타협 가능성이 높은 안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예산안 정국의 후폭풍으로 12월 임시국회가 제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만약 임시국회가 열린다면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이 담긴 상법개정안과 '바터'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3월 주총 전에 준비할 시간을 위해 12월 내로 통과를 해야 하지만 통과 가능성보다 국회 상황이 변수"라고 전했다.

소액주주들이 상장사 주총에 참석하기 어렵게 만든 슈퍼 주총을 분산하게 하거나, 주주들이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부실한 정보를 보완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섀도보팅제는 주총에 참석하지 못해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의결권에 대해 예탁결제원이 참석 주식수의 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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