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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근로시간 단축, 中企는 신세계처럼 못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7:01

수정 2017.12.10 17:01

주 35시간제 칭찬할 만.. 유예기간 충분히 둬야
재계 순위 10위인 신세계그룹이 내년부터 하루 근로시간을 1시간씩 줄여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고 8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주 35시간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신세계가 처음이다. 신세계는 "임직원들에게 휴식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해 선진적인 근로문화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임금을 깎지 않고 근무시간을 줄인 통 큰 결정이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악명이 높다.
작년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이다. 회원국 평균 1763시간에 비해 300시간 이상 길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일수당을 1.5배 지급하는 내용의 3당 합의안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일부 여당의원 등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법 통과가 끝내 무산되면 근로시간 단축은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나 대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이럴 경우 유예기간 없이 즉각 시행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행정해석을 변경할 경우 주 52시간을 넘기는 사업장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12조원의 추가 부담 가운데 70%인 8조6000억원이 중소기업 몫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 완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는 응답 비중이 56.3%에 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주 올 들어 다섯번째 국회를 찾아 "기업들의 절박한 사정을 국회가 외면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호소한 게 엄살이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옳은 방향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으로 여력이 있는 신세계의 경우를 중소기업에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
자칫 유예기간을 길게 주지 않으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대법원이 2011년부터 7년째 휴일수당 관련 판단을 미뤄온 것도 정부와 정치권에 해결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1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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