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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7:01

수정 2017.12.10 17:01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1차 세계대전 이후 기존 가치관을 상실하고 절망에 빠진 세대를 가리켰다. 미국 작가 거트루트 스타인이 처음 명명했다. 같은 시대를 산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1926년) 서문에 '당신들은 모두 잃어버린 세대의 사람들입니다'라는 그의 말을 인용해 유명해졌다.

그로부터 한참 뒤에 조어에 능한 일본인들이 이를 변용했다. '주식회사 일본'의 극심한 경제침체기인 1990년대에 사회로 쏟아진 젊은 층을 일컫는 용어로 정착된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린 이 시기엔 평생직장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이 많았다.
2000년대 이후에도 '취업 빙하기'가 이어지면서 시간제 아르바이트에도 감지덕지하면서 부모에게 얹혀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신세대가 출현했다. '잃어버린 세대'보다 한술 더 뜬 '사토리(달관) 세대'였다.

7일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잃어버린 세대 등장의 의미'라는 보고서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0년대 말부터 한국 사회에 취업난과 함께 신세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들의 낮은 소비성향과 저출산율로 인한 국가적 부작용은 일본보다 극심할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이면서다. 어찌 보면 그리 새로울 게 없는 진단이다. 청년취업난이 이미 추세로 굳어졌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OECD 평균보다 약 3배 높았다.

얼마 전 도쿄에서 교수로 일하는 친구가 왔다. 그는 일본에서 이제 달관 세대니 뭐니 하는 말은 구문이라고 했다. 외려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일자리를 입도선매하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그래서 '니트족(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해 근로의지를 상실한 청년)' 비율이 18%에 이른다는 국내 통계가 마음에 걸린다. 근년에 히트했던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광고 카피가 떠오르면서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꿈까지 잃는다면 가공할 사태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일자리 법안들에 대해 몇 년째 가부간 결론조차 내지 못하고 있으니….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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