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재정균형이라는 '환상' 버리기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7 16:50

수정 2017.12.07 16:50

[데스크 칼럼] 재정균형이라는 '환상' 버리기

"재정분권의 화두를 던졌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는 관련 부처 간 이를 어떻게 잘 조율해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월말께 자치분권을 공식 선언한 '여수선언'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대통령의 자치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제 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적 소명과 과제를 외면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 8대 2에서 7대 3으로 조정하고, 궁극적으론 6대 4까지 지방세 비율을 높이는 일이 핵심과제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 지방자치 구도상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재정분권을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현재 지방자치는 지역별 재정편차가 극심하다.
이런 구도를 그대로 놔둔 채 재정분권을 확대한다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지역별 재정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균형장치 마련이다. 재정격차는 자칫 지역대결 구도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부자 지역과 가난한 지역의 암묵적 반감과 차별의식은 중앙이 지방을 대하는 태도와 진배없다. 지방은 재정분권이 절대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이런 재정불균형을 그대로 놔둔 채 재정분권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지역 간 재정격차 문제는 재정분권을 가로막는 암초로 등장할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조정교부금을 놓고 벌어졌던 지자체들 간 극심한 대결은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역별 불균형과 재정 편향성을 중앙에서 조정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지방재정의 분배를 위한 적절한 균형장치가 없으면 지역유지들에겐 재정분권은 그야말로 '꽃놀이패'다. 지방을 지역유지 등 토호세력이 좌우하는 왜곡된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어서다. 균형장치 없는 재정분권의 무조건적인 확대 요구는 지역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균형발전이 자치분권과 함께 나가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균형발전이 담보되지 않는 재정분권은 언 발에 오줌누기다. 그런데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태도가 영 미덥지 않다. 재정의 키를 쥐고 있는 기재부는 벌써부터 중앙재정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균형장치인 교부세를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적극적으로 지방재정의 목소리를 키워야 하는 행안부는 기재부 눈치를 보느라 후속작업이 지지부진하다.

관련 부처들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이번에도 말만 앞세운 선심성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향적 태도 전환이 시급하다.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다 백년대계인 자치분권을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중앙-지방재정을 이분법적 구도로 바라보는 관점도 이참에 확 바꿔야 한다. 재정이라는 '총계'의 관점에서 재정분배와 확충을 동시에 고민하는 관료들의 혁신적 사고가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관건은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확충이 전가의 보도처럼 적용되는 '재정중립성원칙'에 막혀 실제 지방세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세가 지방재정의 3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방세 순증은 지방재정 확충으로 연결되는 바로미터다.
재정건전성이라는 재정정책은 성장을 가로막고 균형이라는 환상을 불러오는 관료들의 기득권 장치라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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