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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가족이다] 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듯, 반려동물 입양 전에도 교육이 필요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8:06

수정 2017.12.04 18:06

3.동물유기 범죄입니다 (5)동물 유기 막으려면 반려인 교육을
fn-동물복지 국회포럼 공동 연중캠페인
외로워서, 귀여워서 키우기 시작했지만.. 혼자 사는 동물반려인 43% "유기 충동 경험했다"
유기동물 92% '건강 양호'..2년 이하 어린 개도 45%
막연히 키울 수 있단 생각보단 입양 전 최소한의 교육으로 잠재적 유기 상황 예방을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듯, 반려동물 입양 전에도 교육이 필요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듯, 반려동물 입양 전에도 교육이 필요

늙고 병들었거나 해외휴가에 따른 위탁비용 부담 등 셀 수 없는 갖가지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공식 집계로만 연간 9만마리에 달한다. 집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한 해에 수십만마리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펫숍 등을 통해 충동적으로 손쉽게 구매했다가 짐으로 여겨지는 순간 헌신짝처럼 버림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유기를 줄이기 위해 등록제를 시행하고, 버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등의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유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은 법도 법이지만 동물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동반자'나 '가족'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반려인 43%가 유기 충동 경험

우리나라에서는 펫숍에서 돈만 지불하면 손쉽게 반려동물을 구할 수 있다. '외로워서' 혹은 '귀여워서' 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외로워서 키우는 사람들은 대체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집을 비울 때 발생하는 개 짖는 소리, 각종 사고와 말썽 때문에 유기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엽던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서 각종 질병에 걸리거나 더 이상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유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반려동물센터 도입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1인가구는 18.2%에 달한다. 1인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워서'(38.5%)였다. 개에 비해 독립적이라고 알려진 고양이를 키우는 비중도 높았다. 1인가구가 고양이만 키우는 경우는 35.9%로 전체 서울 가구 평균(14.2%)보다 21.7%포인트나 높았다.

하지만 1인가구 10명 중 4명 이상(43.6%)은 유기 충동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혼자 사는 경우 반려동물 사육을 중단하는 이유로 46.9%가 '주변 여건으로 계속 키우기 곤란해서', 28%가 '반려동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반려동물을 사육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으로 '관리비용 과다'와 '외출 시 맡길 시설과 비용 부족'이 각각 64.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웃, 가족구성원과의 갈등'(35.9%), '주변 여건 문제'(30.8%), '반려동물의 이상행동'(12.8%)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전문가는 "멀쩡한 동물 안락사를 계속 시키면서도 입양보다는 강아지공장에서 찍어낸 새로운 개를 돈을 주고 사는 것부터가 개를 물건으로 인식하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라며 "생명을 기본적으로 물건처럼 상품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입양 전 교육이 필수"

유기동물의 대부분은 건강한 동물이며 그 절반이 한살 전후에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이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성격이 본인과 맞지 않을 경우 유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병든 동물도 버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2015년 서울시가 관내 발생한 유기동물을 분석한 결과 외관상 건강이 양호한 유기동물이 92%에 달했다. 2년 이하의 어린 개도 45%나 됐다.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들은 특히 조기교육을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유기와 동물학대 등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주형 동물병원협회장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동물이 교과과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동물에 관한 과정을 마련해 저학년 때부터 동물을 교육하는 체계를 만들어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동물병원 등에 와서 상담하고 난 후 입양을 해야 하며 최소한 5개월까지는 지속적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동물을 유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초적인 일들은 강아지를 입양할 때부터 시작돼야만 미아견 외에 유기견 발생을 최소로 줄일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철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는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동물들의 문제행동 때문"이라며 "분양받기 전에 기본적인 정보는 온라인교육이라도 해서 자격증 수료 후에 분양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완동물이란 말을 안 쓰는 이유는 동물이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주인이라는 말보다는 보호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으로 동물을 봐야 유기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견동호회 다음강사모의 최경선 회장은 반려인들에 대한 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유기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1000만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지식이나 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며 "반려견에 대한 탄생과 성장사,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반려견과 관련한 A to Z의 전 과정을 교육해야 (유기와 학대 등의) 사회적 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전생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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