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고마운 분이 유골은폐·적폐 아냐" 세월호 유가족, 文대통령에 편지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7:32

수정 2017.12.04 17:32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 어머니 靑에 전달
"이철조·김현태 잘 마무리 돼 지금처럼 일하길"
文대통령도 답신 보내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조은화양과 허다윤양 어머니가 지난달 30일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 전달한 편지를 청와대는 4일 공개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조은화양과 허다윤양 어머니가 지난달 30일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 전달한 편지를 청와대는 4일 공개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준 고마운 분이 유골은폐, 적폐는 절대 아닙니다. 현장 책임자인 이철조 단장님, 김현태 부단장님이 잘 마무리돼서 지금 자리에서 열심히 세월호 가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조은화양과 허다윤양의 어머니가 지난 30일 청와대를 찾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필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청와대는 4일 밝혔다. 편지에는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에 대한 담담한 입장과 함께 최근 보직 해임된 이철조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과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단장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청와대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딸과 정식으로 이별하고 이제는 가슴에 묻은 부모님이 지난주 청와대를 찾았다. 직접 쓴 편지를 꺼내 문 대통령께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두 어머니의 동의 하에 이들이 직접 쓴 3장의 편지를 공개했다.

참사 당시 실종된 조은화양과 허다윤양은 지난 4월 세월호를 인양한 뒤 몇 달간의 선체수색을 통해 일부 유골이 수습됐으며 지난 9월 서울시청에서 이별식을 했다.

편지에서 두 어머니는 "포항 지진에 수능연기 결정,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러가지 국정을 돌보시느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된다"며 "그런 와중에도 세월호를 생각하는 대통령의 관심과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월호 참사에는 생존자, 유가족, 미수습자로 나눠진다. 생존자는 트라우마, 유가족은 진실규명, 미수습자는 가족을 찾는 것…"이라며 "이별식으로 은화, 다윤이를 보낸 엄마들이 이별식 후에 (유골이) 나오면 언론에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10월에 나온 (유골이) 은화, 다윤이로 밝혀진 것도 언론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못 찾은 가족에겐 고통과 찾은 게 부러움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이 상황을 직접 겪고 함께 생활을 한 현장 책임자가 법과 규제만 이야기했다면 가족은 더 힘들었겠죠"라면서 "아직 못 찾은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 찾은 가족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유골은폐, 적폐로 낙인찍힌다면…은화, 다윤이 엄마는 평생 현장 책임자 가족에게 마음의 짐을 지고 살 것 같다"고 토로했다.

두 어머니는 그러면서 "세월호 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가족들입니다. 내 가족이 소중하면 다른 가족들도 소중함을 알고 함께 하는 것이 생명의 소중함, 세월호가 주는 교훈이라 생각된다"면서 "현장 책임자로서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사람을 중요시 여기는 대통령의 배려로 현장에서 수고한 부분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편지를 읽은 후 답신을 작성했고 이는 이날 사회혁신수석 산하 시민사회비서관실을 통해 유가족에게 전달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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