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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 Money] 호재성 공시 '화장발'에 속지말고 재무제표에서 '팩트 체크'하세요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3 19:50

수정 2017.12.03 19:50

회계전문가가 알려주는 쪽박 종목 피하는 법
[Money & Money] 호재성 공시 '화장발'에 속지말고 재무제표에서 '팩트 체크'하세요

회계는 일반인들에게 무척 생소한 분야다. 숫자가 많고 용어도 어려워 투자자들조차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투자할 종목을 고를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살피면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간단한 활용 팁만 제대로 알면 '대박' 종목을 골라낼 수는 없어도 최소한 '쪽박' 찰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범준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와 최연식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로부터 회계를 활용해 '나쁜 기업'을 선별하는 투자법을 들어봤다.


최연식 교수는 "나쁜 기업은 나쁜 공시를 안한다. 나쁜 기업일수록 오히려 화려하게 포장하기 위해 좋은 공시만 하면서 변장술을 쓴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쁜 공시 중 하나가 늑장공시"라며 "우리나라는 장 마감 후에 공시하는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 연구를 보면 나쁜 내용을 담은 공시 50%, 단순한 정보전달의 중립적 내용의 공시 10%, 좋은 내용의 공시 40%로 미국기업들은 나쁜 내용을 더 많이 공시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나쁜 내용을 공시할 때는 문제나 현상뿐만 아니라 그 원인과 대응방안, 미래 전망 등을 함께 공시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금흐름부터 확인하라

공시를 봤는데 왠지 모르게 '변장술'만 가득한 것으로 보인다면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활용하는 '기술'에 들어가야 한다. 김범준 교수는 "재무제표에서 가장 먼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확인해야 한다"며 "예외적으로 급성장세를 타는 회사라면 모를까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면 위험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가 대주주가 자주 교체되거나 호재성 공시를 과도하게 많이 하면 대체로 안 좋은 결과가 많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때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에 올랐던 네오세미테크를 들었다. 그는 "당시 매출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였고, 반대로 호재성 공시는 빗발쳤었다"며 "이럴 때 투자자들은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허황된 전망에 대해 공시하는 회사들도 많다. 해외자원개발, 원유탐사, 보물선 발굴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며 "과거 동아건설은 보물선을 인양한다고 공시한 이후 17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치며 단기간에 10배가 오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업이 내뱉는 매출전망이나, 사업전망, 계획 등을 상식선에서 먼저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도 있다. 기업이 설비투자에 얼마나 많은 현금을 쏟아부었는지를 보여준다. 통상 마이너스가 플러스보다 오히려 '청신호'로 해석된다. 설비나 부동산을 사들이면 마이너스가 되고, 회사의 각종 자산을 팔아치우면 플러스가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경우에 후한 점수를 준다"면서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설비투자에 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진짜 중요한 정보는 주석에

재무제표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대목은 주석이다. '중요한 정보는 주석에 담겨 있다'고 말할 정도다. 예를 들어 부채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나쁜 기업은 아니다. 산업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선수금'이라는 장부상 부채가 존재하는 탓에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반대로 부채비율이 낮다고 해서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도 부도나 상장폐지를 겪기도 한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200%를 기준으로 재무적 안정성을 판가름한다.

최 교수는 "주석을 보면 어디서 돈을 빌렸는지, 이자율이 얼마인지 확인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받은 곳이 제1금융권(은행)이면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이고, 이자율이 높을수록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재무제표를 이쯤 봤다면 다음으로 감사보고서도 훑어봐야 한다. 김 교수는 "감사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최종의견인데 대부분의 회계사들이 '적정의견'으로 표시한다"며 "그러나 해당 기업에 대해 의구심이 있을 경우 '이 기업이 계속 기업으로서 불확실성하다'거나 '본 기업은 이런 위치이나 신규사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속 기업으로 존속할지 의문이다'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업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공시, 재무제표 그리고 감사보고서를 살펴봤다면 '산업'에 대한 공부도 투자 전에 거쳐야 할 필수코스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도 회계 이외에 반드시 필요한 게 산업에 대한 지식이라고 강조한다"며 "모든 산업에 관심 가질 수 없으니 2~3개의 산업을 정한 뒤 그 중에서 애정이 가는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보다 2년 전부터 개미들 사이에서는 '털고 나와라' '기다려라' 등등의 갑론을박이 펼쳐졌었다"며 "한진해운이 살아날 것이라는 근거는 '설마 정부가 망하게 놔두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가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세계 경기동향은 물론, 타깃으로 삼은 회사가 해당 산업 속에서 갖는 위상과 전망에 대해서는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해당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종목 및 산업 분석보고서, 그리고 인터넷 포털에서 3년치 기사(뉴스)를 검색하라고 조언했다. 이들 세가지 자료를 종합해보면 회사의 과거(사업보고서)와 현재(뉴스), 미래(분석보고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뉴스는 일반인, 사업보고서는 사업자, 분석보고서는 시장의 입장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시각을 객관적으로 담으려는 것"이라며 "주가에 선반영 여부는 재표제표와 감사보고서, 공시 등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본이득 이외에 배당이득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본이득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높아 투기화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장기간 가치투자를 지향하며 안정적 현금흐름 성격을 띠는 배당이익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도 배당성향을 올렸다"며 "외국인 주주들이 많으면 배당 압박이 높은데 삼성전자도 이에 호응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pja@fnnews.com 박지애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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