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내 나이가 어때서"...이색 실버 일자리로 청춘 찾는다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1:25

수정 2017.12.10 11:25

퇴직 후에도 소득창출을 위해 일자리 원하는 노인들 급증
청년 구직난이 겹치면서 기회 뺏길까 우려하는 청춘들도 있어
노인이 은퇴할 수 없는 시대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고, 생활비도 필요하다.

10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00년 339만5000명(7.2%)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내년에는 738만1000명(14.3%)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낮은 수준의 국민연금 지원 △사적 연금의 소득보장 미흡 등으로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에도 소득창출을 위해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행사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연합뉴스
퇴직 후에도 소득창출을 위해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행사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최근 다양한 기업들은 물론 지자체등에서도 노인들을 고용하려는 이색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유지해온 직업적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활동을 보장하고 고령사회의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앞장...노인 전문성 십분 활용
경기 화성시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노노(老NO)카페’를 운영하며 실버 바리스타 양성에 나섰다. 60세 이상의 지역 노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시킨 뒤 화성지역 공공기관에 카페를 만들어 일자리를 제공한다. 노노는 영어의 ‘NO’와 한자의 ‘늙을 로’(老)를 합친 단어로 ‘늙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 총 252명의 노인이 실버 바리스타로 활동 중이다. 기존 노인 일자리가 단순 노동에 그쳤던 것에 비해 바리스타는 향후에도 자립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젊은이들의 함성이 가득한 농구 경기장 내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실버요원도 있다. SK텔레콤은 만 60~70세를 대상으로 ‘SK나이츠 실버 챌린지’ 1기 10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SK나이츠 홈 경기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입장권 검수 및 좌석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1기는 정규리그 홈 27경기에서 활동하게 되며 근무시간은 체력적인 요건을 고려해 평일·주말 모두 일 5시간이다.

CJ CGV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추천으로 60세 이상의 ‘도움지기’ 사원을 채용했다. ‘도움지기’는 영화 상영 준비, 매점 제품 준비, 청결 관리 등 다양한 극장 서비스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일산에 위치한 국내 최초 극장운영 전문가 양성센터인 ‘CGV 유티버시티’에서는 시니어 인력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CGV에서 근무 중인 도움지기는 약 80명이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택배원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부터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버택배 사업’을 전개 중이다.

택배 차량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면 이를 분류해 친환경 전기 카트를 타고 단거리 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서울·부산·경남 등 140여 개 거점에서 1000여 명의 시니어 인력이 참여 중이다. 최근 미국 포춘(Fortune)지는 실버 택배를 우수 사업 모델로 선정하고 CJ대한통운을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에 선정하기도 했다.

물류와 운송직 관련 노인고용을 희망하는 기업체가 노인 일자리 홍보를 하고 구인업체와 구직자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실버택배원을 희망하는 노인들이 전동자전거 조작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류와 운송직 관련 노인고용을 희망하는 기업체가 노인 일자리 홍보를 하고 구인업체와 구직자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실버택배원을 희망하는 노인들이 전동자전거 조작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버 일자리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선
한편, 퇴직 후 재취업하는 시니어의 증가가 청년층의 일자리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고령층 고용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는 반면 청년층 고용률은 악화되면서 취업난의 원인 중 하나로 고용시장의 고령화를 지목하게 된 것이다.

3년 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안주희(30)씨는 “‘100세 시대’로 기대수명이 길어져 은퇴 후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젊은 층의 일자리 기회를 빼앗아 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청년층과 고령층의 직종은 상당 수준 분리돼 있고, 직종간 경합은 미미한 수준이다.

산업연구원(2016)의 분석에 따르면 청년층은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분야 취업에 특화된 반면 고령층은 부동산 임대, 물류, 공공행정 등 저부가가치 분야 일자리에 편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과 시니어의 일자리는 임금수준, 계약기간, 고용형태 등을 기준으로 분리된다.

청년과 시니어간 일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관계로 보는 관점은 두 세대의 취업난을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서울 고용 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노인이 재취업을 희망하는 분야와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며 “두 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 서로를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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