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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한발짝 더 깊숙이, 가을을 밟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6 19:49

수정 2017.11.16 19:49

만추여행,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 지나 대전 원도심으로 가보자
가을의 끝자락,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에 찾아온 ‘만추가경'… 서울발 대전열차에 몸을 실어볼까
빈티지 감성 입은 옛 다방·강당, 젊은이들 '핫 플레이스'로
침체 빠졌던 대흥동이 달라졌다…1960~80년대 건물 개조해 발길 사로잡는 카페.갤러리 거리로 재탄생
장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여행객이 노랗게 물든 메타세콰이아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지상에서 20m 높이에 설치된 스카이웨이는 새의 눈높이에서 숲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사진=조용철 기자
장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여행객이 노랗게 물든 메타세콰이아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지상에서 20m 높이에 설치된 스카이웨이는 새의 눈높이에서 숲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사진=조용철 기자

【 대전=조용철 기자】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이다. 소슬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이때가 되면 옷깃을 여미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물이 들대로 든 단풍은 절정의 빛깔을 뽐내고 하늘하늘 떨어지는 낙엽은 여행객들이 지나는 길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낙엽을 밟으면서 여기저기 걷다보면 보이는 곳곳마다 만추가경(晩秋佳景)이라고 할 만큼 빼어난 풍광이 즐비하다. 여행을 가기 위해 열차를 타고 부산이나 광주로 갈 때 잠깐 쉬어가던 대전역은 그저 경유지로만 알려져 있다.

대전광역시는 이처럼 교통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유명 관광지가 없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억새가 일렁이는 가을날, 대청호반 드라이브나 운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정도가 대전 여행코스로 알려졌을 뿐이다. 그랬던 대전이 최근 들어 단지 경유지가 아니라 '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가을을 보내는 의식을 치르기 딱 좋은 장소가 대전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뜨거웠던 여름철에 초록의 서슬이 퍼렇던 메타세쿼이아가 늦가을을 맞아 단풍으로 화려하게 물들었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기에 앞서 만추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최근 '근대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대전 원도심(原都心)도 가볼만한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 이제 서울발 대전열차에 몸을 실어보자.

[yes+ 레저] 한발짝 더 깊숙이, 가을을 밟다

■하늘에 맞닿은 듯한 메타세쿼이아 숲

장태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들판도 지나고 가을색이 빛나는 저수지도 만날 정도로 고즈넉하다. 그 길을 가다보면 하늘을 찌를 것처럼 우람하고 높게 우뚝 자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노란색 옷을 갈아입고 여행객을 맞이한다. 숲속으로 들어간다. 어떤 곳을 먼저 찾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여행객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설렌다.

휴양림에서 가장 먼저 메타세쿼이아 숲이 보인다. 휴양림 전체 면적 약 82㏊ 중 무려 20여㏊가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장태산의 산자락 어디를 가든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펼쳐진 세상과 만난다. 단지 일렬로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메타세쿼이아 숲은 지난 1972년 한 독림가(篤林家)가 사재를 털어 조성했다. 고 임창봉 선생(1922~2002)은 1972년부터 타계하기 직전까지 이 산자락에 20여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1991년 국내 최초 민간휴양림으로 지정받았지만 경영난 탓에 경매에 넘겨졌고 2002년 대전시가 휴양림을 인수해 가꾼 것이 지금의 장태산 자연휴양림이다. 현재 휴양림에서 자라고 있는 메타세쿼이아는 6000그루가 넘는다.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높이가 무려 38m에 이른다.

메타세쿼이아는 이른바 '산소나무'로 유명하다. 그루당 약 70㎏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300㎏이 넘는 탄소를 저장한다고 전해진다. 굳이 피톤치드에 대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숲속으로 들어가면 단번에 알게 된다. 숲속 공기가 얼마나 맑고 신선한지 말이다. 숲속 벤치에 누우면 메타세쿼이아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이 따사롭다. 짙은 갈색을 지나 노란색으로 변한 메타세쿼이아 잎들이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면 우수수 떨어지며 장관을 이룬다.

다만 휴양림 이용객 안전과 아름다운 숲 조성을 위해 12월까지 장태산 자연휴양림 내 메타세콰이어 숲이 정비 중이다. 정비 대상은 주요 산책로와 만남의 숲, 산림욕장, 숲속 어드벤처 일원의 메타세쿼이아 980여그루다. 이번 정비는 식재한 지 40여년이 지나 나무가 커지고 간격이 좁아지면서 가지가 한쪽으로 치우쳐 쓰러지거나 고사된 나무의 가지가 떨어지는 등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일부 솎아베기와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다.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랜드마크는 단연 '숲속 어드벤처'다. 새들의 눈높이에서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진 '스카이웨이'가 압권이다. 스카이웨이는 말 그대로 철골구조물로 다리를 놓듯 지상에서 15m 높이에 길을 만들었다. 까마득한 높이의 길을 걷다보면 미끈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의 허리께를 지나게 된다. 숲 사이로 난 스카이웨이의 총 길이는 120m 남짓 정도다. 스카이웨이 끝에는 안이 텅 비어 있는 육각형 모양의 대형 철골구조물이 여행객을 반긴다. 빙글빙글 오르는 거대한 전망대 '스카이타워'다. 달팽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경사로 구간이다 보니 오르는 것만으로도 살짝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전망대에 오르다 보면 사람들의 발걸음과 바람의 영향으로 타워가 흔들리는데 바람이 강한 날이면 더 스릴이 있다. 네 바퀴쯤 정신없이 돌다보면 어느덧 27m 높이의 전망대 꼭대기에 닿는다. 아파트 7층 높이와 맞먹는다. 정상에 오르면 지금껏 걸어온 스카이웨이가 내려다보인다. 스카이웨이 옆의 메타세쿼이아 군락이 발 아래로 펼쳐지면서 장관을 이룬다. 대전 여행을 하면서 잠시 들러보는 장소가 아니라 이곳을 목적지로 찾아도 좋을 듯싶다.

옛 산호다방 건물에 그려진 스웨터 벽화
옛 산호다방 건물에 그려진 스웨터 벽화

거대한 천장에 수놓인 영상쇼를 볼 수 있는 스카이로드
거대한 천장에 수놓인 영상쇼를 볼 수 있는 스카이로드


■'근대 도시'로 주목받는 대전 원도심

근대도시인 대전이 지닌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여행객이 늘면서 대전 원도심(原都心)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까지는 한때 대전에서 가장 번화했던 중심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충남도청이 홍성으로 이전하고 유성과 둔산 등 신도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옛 도심으로 쇠락과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 지역이 재개발의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100여년 전 대전의 옛 모습, 그리고 1960~ 1980년대에 들어선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됐다. 옛 정취가 가득한 건물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식당과 카페,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대전 원도심은 젊은이들을 불러모으는 여행지로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대전 원도심 여행은 대흥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흥동 문화거리는 옛 대전부청사 뒤에 있다. 과거 대전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1990년대만 해도 공공기관과 상권 이전으로 침체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북적인다.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젊은 문화예술가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1960~1980년대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새롭게 활용하거나 오래된 건물 외벽에 그림을 그려 넣고 낡은 건물을 개조해 빈티지한 카페나 갤러리로 거듭 태어났다.

옛 대전여중 강당인 대전갤러리
옛 대전여중 강당인 대전갤러리

대흥동 문화거리 전경
대흥동 문화거리 전경


건물 외벽에 흰 스웨터 벽화가 그려져 있는 옛 산호다방은 2012년 대전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전의 결과물로 당시에 그려진 벽화의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흰 스웨터 벽화만 상징처럼 남으면서 명소로 떠올랐다. 산호다방 자리에 새로 들어선 '여전히 잘'은 건물 구조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빈티지한 매력을 뽐낸다.

옛 산호다방을 지나 걷다보면 우아한 곡선의 초록지붕을 이고 있는 대전갤러리가 보인다. 대전갤러리는 1937년에 본래 대전여중 강당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2001년 대전문화재로 지정된 이 건물은 아르누보풍의 부드러운 곡선 지붕과 처마 밑부분의 벽돌 치형(齒形)쌓기 방식 같은 고전주의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매일 낮 12시와 오후 7시면 어김없이 맑은 종소리가 울린다. 대흥동성당이다. 1962년 완공했을 당시에는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1970년대까지도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대전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1960~80년대 빈티지 아이템을 전시하는 카페 비요리
1960~80년대 빈티지 아이템을 전시하는 카페 비요리


대전 원도심을 둘러보다보니 허기가 진다. 대흥동성당을 지나자 성심당 빵집이 여행객을 맞는다.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으로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다. 성심당은 튀김소보로가 유명하다. 하루 1만5000여개씩 팔리고 있다는 '전설적인' 빵이다. 바삭한 곰보빵의 식감에 팥소의 달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부추빵도 별미다. 원도심의 야경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스카이로드와 목척교의 야경이 단연 압권이다. 젊은이의 거리로 알려진 으능정이거리 한복판에서 위를 바라보면 거대한 천장에 수놓인 화려하고 멋진 영상쇼가 밤하늘을 환하게 밝힌다. 길이 214m, 너비 13.3m, 높이 20m 규모의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영상 아케이드 '스카이로드'는 젊음과 즐거움, 활력이 넘치는 으능정이의 '하늘길'로 웅장함을 뽐낸다. 가히 대전의 명동이라고 불릴만하다. 대전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2013년 완공한 스카이로드는 대전의 중요한 볼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스카이로드를 지나면 목척교가 여행객을 반긴다. 대전역에서 내려 중앙로를 따라 걷는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목척교 앞엔 형형색색의 빛깔로 내뿜는 분수대가 밤거리를 밝히고 화려한 불빛들이 가득한 조형물이 목척교의 자태와 자연스럽게 한몸을 이룬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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