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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지열발전소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6 17:09

수정 2017.11.16 17:09

지열발전은 한때 '땅이 주는 뜨거운 선물'로도 불렸다. 화력발전에 비해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풍력이나 태양광에 비해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라는 게 큰 강점이다. 더군다나 땅속으로 물을 넣어 다른 쪽으로 나오는 뜨거운 물과 증기를 이용하는 발전 원리도 단순하다.

지열이 풍부하거나 화산지대를 끼고 있는 나라들이 이를 상용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지난 2014년부터 아프리카 케냐의 사바나 초원에 지열발전소를 준공하는 등 기술을 축적해 왔다.
하지만 지열발전이 에너지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풀 '마법의 절대반지'는 아니다. 지표 밑으로 내려갈수록 수온이 높아지는 원리를 무작정 좇을 수 없는 제약조건이 있어서다. 파내려 가는 데 드는 원가가 더 비싸다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는 데다 지진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치명적 한계다.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도 2006년 12월 가동을 개시한 뒤 규모 3.4 지진이 덮치자 문을 닫았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가 한 방송에 출연해 제기한 추론이다. 외국의 지열발전소는 화산지대에 세워 수십~수백m만 뚫으면 되는 반면 우리는 4.5㎞를 파고 들어가야 필요한 온도를 얻을 수 있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였다. 즉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인 흥해읍 남송리 일대에 지열발전소를 지으면서 지하 4.5㎞까지 뚫고 내려간 구멍 2개가 단층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는 아직은 가설 단계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이번 지진이 전진(前震.큰 지진에 앞서 일어나는 작은 지진)인지, 본진인지도 모를 정도다.
그만큼 예측이 힘든 영역이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현실이다.
한반도에 400∼500년 주기로 규모 6.0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지질학적 데이터도 있지 않나. 그렇다면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인재를 보탰을 개연성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가뜩이나 북한 정권이 수차례 지하 핵실험으로 백두산 부근의 지하 마그마방에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판이니….

kby777@fnnews.com 구본영 기자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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