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책을 읽읍시다] 여성이라면 공감 할 일곱편의 이야기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5 17:14

수정 2017.11.15 17:14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 다산책방
[책을 읽읍시다] 여성이라면 공감 할 일곱편의 이야기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현남 오빠에게' 중에서)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30~40대 작가 7명이 '페미니즘'이라는 테마 아래 발표한 신작 소설집이다. 표지에 당당하게 새겨진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글귀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이야기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참여한 작가진도 탄탄하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지난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조남주(39), 최근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손보미(37), '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41), '오늘처럼 고요히'의 김이설(42), '없는 사람'의 최정화(38) 등이 동참했다.

여성의 삶을 가운데 놓은 서로 다른 일곱 편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표제작인 '현남 오빠에게'다.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내놓은 첫 소설인 이 작품은 평균적인 한국 남자 '현남 오빠'와의 이야기다.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낯설기만 했던 스무 살 '나'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준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다 너를 위한 거야"와 같은 말로 자신을 가르치려드는 그에게 문득문득 어떤 불편함을 느낀다. '나'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어떤 불편함, 어떤 꺼림칙함을 '폭력'이라고 느끼기까지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생생한 심리 소설이다.

'당신의 평화'(최은영)와 '경년'(김이설)은 각각 서른 중반을 지난 여성 '유진'과 어느새 갱년기에 접어든 두 아이 엄마 '나'의 이야기다. '당신의 평화'는 맏딸 유진이 그녀의 엄마 '정순'에게서 받은 오랜 집착과 애증 어린 마음의 앙금을 들여다보며 이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가부장제의 두 얼굴을 슬프게 마주하게 만든다. 또 자녀와의 갈등을 다룬 '경년'은 '아들을 둔 엄마'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외에도 '모든 것을 제자리에'(최정화), '이방인'(손보미),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구병모), '화성의 아이'(김성중) 등 모두 일곱 편의 소설이 담겼다.

"두려움을 이기고 단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로 이 소설을 썼다"는 최정화 작가의 말처럼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일은 작가 7인 모두에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 인세의 일부를 여성인권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단지 '이야기'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