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대통령의 페이스북이 씁쓸하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5 16:57

수정 2017.11.15 22:54

[이구순의 느린 걸음] 대통령의 페이스북이 씁쓸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 사진이 기업 하나를 되살렸다. '대통령 구두'로 유명해진 사진 속 구두는 '아지오'라는 수제화 회사의 제품이다. 아지오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2013년 문을 닫아 정작 화제가 된 올 5월에는 이미 회사도, 제품도 사라진 뒤였다. 그런데 '이니 구두'를 신고 싶다는 국민의 요구가 이어지더니 이달 들어서는 아지오 부활을 위한 펀드가 결성됐고, 내년 초에는 제품도 새로 내놓기로 했다.

대통령의 페이스북이 문전성시다. 80만 가까운 국민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과 근황을 실시간으로 본다.
청와대 페이스북까지 합치면 90여만에 달한다. 청와대가 소소한 일상 사진을 공개하는 인스타그램은 구독자가 50만을 넘는다. 사진이나 글을 공유하고 퍼 나르는 디지털 소통의 특성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줄잡아 200만~300만 되는 열성 사용자를 확보한 셈이다.

숫자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부러움 반, 심통 반으로 입이 쓰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것도 취임 6개월째 지지율 70%대를 유지하는 인기 대통령이 자국민과 소통할 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외국 서비스가 아닌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쓸 수는 없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넷에서는 '철의 장막'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트위터를 사용한 것처럼 우리 대통령도 우리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세계적 관심을 끌 수는 없을까.

1주일 이상 백방으로 알아봤다. 안타깝지만 우리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국산 서비스를 찾을 수가 없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카카오톡으로 대부분의 대화가 이뤄지고, 세계 최고 이동통신망이 있어 '정보통신기술(ICT)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줄 SNS 하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라고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를 만들 생각을 처음부터 안한 것은 아닐 게다. 우버가 전 세계 투자 큰손들의 돈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카풀서비스는 불법이라고 몰아붙이는 지방자치단체. 한국산 스마트폰의 모바일 의료서비스가 미국에서는 제공되는데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기능조차 넣을 수 없는 현실. 중국 광군제의 하루 28조 매출 배경에 빅데이터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빅데이터 활용에 적용되는 수십단계 규제를 없앨 생각을 안하는 정부.

한국 스타트업들이 대통령과 국민을 연결하는 국민서비스 하나 내놓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 아닐까.

"지금처럼 규제를 유지하면 곧 한국은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만 제공할 뿐 서비스는 모조리 해외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던 한 전문가의 경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ICT 서비스에서도 아지오 같은 감동 스토리가 나올 수 있도록 규제 좀 뜯어고쳐주면 좋겠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디지털뉴스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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