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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되살릴 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4 17:08

수정 2017.11.14 22:54

[여의나루]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되살릴 때

민주노총이 지난 10월 24일 대통령과의 만찬 간담회에 불참했다. 아마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고민과 논쟁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민주노총이 발표한 불참 이유는 조직 내부에서는 정당성을 확보했을지 모르지만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특히 민주노총을 아끼고 사회적 대화의 복원을 바라는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친 것이 안타깝고 못마땅하다.

민주노조 운동은 인권과 노동자의 권리가 탄압받던 1980년대 그 암울한 시절에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었다. 그리하여 '아, 민주노조 우리의 사랑'은 민주노조 조합원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 시절 정치와 사회, 그리고 노동 현장의 인간다운 변화를 꿈꾸는 모두에게 민주노조 운동은 희망과 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민주노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가? 그들만의 좁은 울타리를 쌓고 그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가? 좁은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지키려 하고 있지는 않는가?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조직이기 때문에 응당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정규직이 조합원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민주노총의 고뇌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이익만 대변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애초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많은 사랑과 지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많은 사람들은 민주노총이 노동운동의 대의를 앞세웠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조합원의 이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책무감을 가지길 희망한다. 우리 사회는 민주노총 합법화 이후 민주노총의 강력한 힘에 의해 보호받는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으로 양극화가 이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보호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양극화는 심화돼왔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 모든 책임이 민주노총에 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한다면 이 또한 잘못된 인식이다. 나아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책임으로부터는 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을 택하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강력한 조직력을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쏟아붓기보다 보호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을 균형있게 보호하고, 나아가 한국 경제가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가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을 택해야 한다. 그 핵심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노동조합이 국가 정책에 참여하는 것이며 노동조합의 경제사회 내에서의 위상을 높이게 한다.
그리고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면 사회적 대화는 갈등비용을 줄여주고 정책의 품질과 국가의 품격을 높여준다.

이제 민주노총은 선택해야 한다.
지난 20여년과 같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투쟁을 통해서 조합원들만의 이익을 쟁취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힘과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 정책결정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것인지. 우리는 민주노총의 전략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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