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잠시 집 비웠는데… 지적장애 아들과 29년째 이별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3 20:17

수정 2017.11.13 20:17

1988년 4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실종된 김태희군(당시 14세).
1988년 4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실종된 김태희군(당시 14세).

29년 전 지적장애를 앓던 초등학생 아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어머니와 형 등 가족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사라진 아들의 존재는 아버지 가슴에 멍으로 남았고, 아버지는 이제는 43세가 됐을 아들을 찾아 여전히 거리를 헤매고 있다.

13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김태희군(실종 당시 14세)은 3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당시 체신부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보건소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한 가지 근심이 있었다.
태희군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 아버지 김모씨는 "지적장애가 있지만 심각한 편이 아니었다"며 "그래도 자기 이름과 집 전화번호는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 형제의 각별한 보살핌 속에 잘 자라던 태희군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1988년 4월 23일 태희군이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닐 때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살던 태희군 어머니는 주말을 맞아 할머니를 모시고 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치과에 갔다. 고3이었던 큰형은 태희군이 방에서 잠든 것을 보고 인근 도서관으로 향했다.

몇 시간이 지나 어머니는 집에 도착했으나 어디에도 태희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 들은 아버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김씨는 "이전에도 아이가 혼자 집을 나가서 경찰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다음 날에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눈썹이 짙고 속눈썹이 많은 것이 매력이던 태희군은 그렇게 사라졌다.

태희군의 실종은 김씨 부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다. 남은 자녀가 셋이라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지만 김씨는 퇴근 후에 직접 전단을 뿌리고 방송에도 사연을 보내는 등 아들을 찾는 데 전념했다.

약 3개월이 지난 어느 날에는 방송에서 태희군의 사연을 듣고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경기 군포시에서 '동네 골목 귀퉁이 차 밑에 아이가 들어가 있기에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아무래도 태희군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지나가는 방범대원에게 아이를 부탁했으며 아이는 군포시청 당직실에 인계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급히 군포시청으로 향했으나 아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9년이 지났다. 그리움과 슬픔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면서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갔고, 아버지 혼자 태희군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씨는 아들의 소식이라도 전해 듣고 싶은 마음에 80세 고령의 몸을 이끌고 여전히 거리에 나가 전단을 돌리고 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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